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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상반기, 사람들은 무슨 책을 샀을까

출판사 사람들에게는 베스트셀러 목록이 일종의 독심술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불안해하고, 무엇을 원하고,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가 팔린 책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2026년 상반기 한빛미디어 베스트셀러 중 10종을 모아 펼쳐놓고 보니 크게 세 갈래가 보였습니다.

 

  1. AI를 서비스로 올리려는 개발자들
  2. 코딩은 모르지만 AI로 뭔가를 만들어보려는 사람들
  3. 개발은 모르겠고, 일단 내 일과 삶에 AI를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

 

 

첫 번째 물결: “프로토타입은 됐고, 진짜 서비스로”

 

개발자 사이에서 2025년 하반기는 묘하게 불편한 시간이었습니다. LLM API를 붙이는 건 이제 누구나 합니다. 에이전트도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로 올리려 하면 벽에 부딪힙니다. 평가는 어떻게 하지? 장애가 나면? 비용은? 보안은? … 프로토타입과 프로덕션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멀다는 걸 깨닫는 시기였습니다.

 

그 고민을 들고 서점에 간 개발자들이 집어 든 책이 있습니다. 스탠퍼드에서 머신러닝을 강의하고 엔비디아를 거쳐 AI 인프라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한 칩 후옌이 쓴 『AI 엔지니어링』입니다. 이 책은 AI 서비스 개발의 전체 스택인 모델 선택, 평가, RAG, 파인튜닝, 에이전트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합니다.

 

그런데 에이전트까지 왔다면, 거기서부터는 결이 다른 질문이 시작됩니다. 에이전트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장애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I 에이전트 엔지니어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에이전트 시스템의 아키텍처 설계, 오케스트레이션, 보안, 거버넌스. 『AI 엔지니어링』이 “어떻게 만드나”의 전체 그림을 그린다면, 이 책은 “에이전트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나”에 집중합니다. 에이전트를 이미 만들어본 개발자라면 두 권이 겹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물결: "코딩 몰라도 된다고요?"

 

2026년 상반기, 서점 컴퓨터 코너에서 가장 낯선 얼굴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AI한테 시키면 코드가 나온다”는 소문이 퍼졌고, 실제로 해보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국내 최대 코딩 유튜브 채널 조코딩이 직접 쓴 『조코딩의 바이브 코딩 1인 창업』은, AI 서비스 ‘동물상 테스트’를 만들어 해외 앱스토어 인기 2위를 찍은 그가 “나처럼 해봐”라고 내민 책입니다. 샘 올트먼이 예고한 ‘1인 유니콘 시대’, 즉 혼자서 억 달러짜리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실제로 올라타는 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벽이 옵니다. AI가 이상한 코드를 자신 있게 내놓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맥락이 무너지고, 에러가 나도 왜 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바이브 코더를 위한 최소한의 AI/IT 지식』은 바로 그 벽 덕분에 팔린 책입니다. 코딩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AI와 제대로 싸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바이브 코딩 열풍을 이끄는 주인공인 클로드 코드를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분들은 『클로드 코드 마스터』와 『하네스 엔지니어링 with 클로드 코드』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2026년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2025년이 에이전트의 해였다면 2026년은 ‘에이전트 하네스의 해’라는 황민호 저자의 인사이트를 책으로 빠르게 옮긴 작품이 『하네스 엔지니어링 with 클로드 코드』입니다.

 

 

세 번째 물결: “AI,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건가요?”

 

한편, 개발자도 바이브 코더도 아닌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매일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하고, 팀을 이끄는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일과 상관없이 나의 삶에 AI를 적극 녹여보고픈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들의 제목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누구나 프로처럼’이라는 문구입니다. 『오픈클로 with GPT, 제미나이, 클로드』, 『클로드 코워크 with 스킬, 플러그인』, 『클로드 올인원 with 코워크, 코드, 디자인』. 세 권 모두 코딩 없이, 자연어만으로 AI 에이전트를 부리는 법을 다룹니다. 복사하고 붙여넣는 수작업 없이, AI가 직접 파일을 열고 문서를 만들고 이메일을 보내는 세상을 직장인의 언어로 안내합니다.

 

 

이 세 권은 조금씩 다른 층을 겨냥합니다. 오픈클로가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묶어 자동화하는 데 강하다면, 클로드 코워크는 파일·문서 작업의 자동화에, 클로드 올인원은 클로드 생태계 전반을 한 권으로 파악하고 싶은 사람에게 맞습니다.

 

하루 30분, 나는 제미나이로 돈을 번다』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AI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익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AI가 빠르게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이지만 한편에서는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솔직한 제목만큼 독자 반응도 분명했습니다.

 

 

 

세 물결이 말하는 것

 

돌아보면 이 세 물결은 따로 흐른 게 아닙니다.

 

개발자들이 에이전트 시스템을 설계하는 동안, 비개발자들은 그 에이전트를 손에 쥐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쪽에선 AI가 일하는 구조를 만들고, 다른 쪽에선 그 구조 위에 올라탔습니다. 방향은 같았습니다. 성큼 다가온 AI 시대에, 독자들은 구경꾼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물결에 올라타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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