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위임을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은 여전히 리더에게 몰린다.
조직은 여전히 느리고, 구성원은 여전히 리더의 결정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문제는 위임이 아니다. 위임에 대한 착각이다.

※ 이 칼럼은 『리더존망』 이용훈 저자 링크드인 채널에 게재된 글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리더가 바쁜 표면적 이유는 명확하다. 위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바쁜 리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나는 위임을 하고 있다. 팀장도 있고, 직책자도 많다. 문제는 그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내가 할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럴까? 단순히 직책자가 많다고 해서 위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쁜 리더는 위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착각은 조직 구조를 위임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팀을 쪼개고, 팀장을 임명하고, 보고 체계를 촘촘히 만들면 일이 분산될 것이라고 믿는다. 피라미드형 수직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위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직책자가 많아질수록 조직은 더 느려진다. 정보와 의사결정은 조직도의 꼭지점에 있는 직책자에게 쏠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판단이 보고라인을 타고 최상위 리더에게 올라간다. 결국 조직은 여러 층으로 나뉘었지만, 의사결정은 분산되지 않는다.

다단계 수직 구조와 직책자는 위임의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위임하지 못하는 조직이 통제를 구조로 포장한 결과에 가깝다. 위임을 못하니 직책자를 늘리고, 직책자가 늘어나니 다시 의사결정이 느려진다. 위임 실패가 구조가 되고, 그 구조가 다시 위임 실패를 만든다. 물론 최상위 리더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직 구조를 강화하는 조직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더 분명하다. 통제를 위해 만든 조직 구조는 위임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위임을 잘하는 조직은 직책을 늘리지 않는다. 권한과 책임을 나눈다. 중간 리더든 개별 구성원이든, 맡은 일을 자기 완결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과도하게 많은 직책자가 오히려 해가 된다. 불필요한 병목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은 조직의 층위를 줄이고, 직책자의 수를 최소화하려 한다.
다시 말해 위임은 조직도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위임은 업무에 대한 자기 완결성으로 이루어진다. 팀장이든 실장이든 본부장이든 직책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해당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임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름뿐인 책임자에 가깝다.
위임에 대한 또 다른 오해도 있다. 바쁜 리더들은 위임을 ‘내 일’을 떼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임은 내 일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정적이다.
만약 리더가 어떤 일을 여전히 ‘내 일’이라고 생각한 채 위임한다고 해보자. 누군가 그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그 일은 여전히 리더의 것이다. 그러니 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사사건건 간섭하게 된다.
이런 리더가 찾는 것은 책임자가 아니다. 자신의 수족이 될 사람이다. 귀찮고 품이 많이 드는 실행은 넘긴다. 그러나 본질적인 판단, 즉 의사결정 권한은 계속 자신이 쥐고 있다. 이건 위임이 아니다. 단순한 업무 배분일 뿐이다.
내 일을 떼주는 방식으로는 조직 구조를 3단으로 만들든 100단으로 만들든 위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일의 일부를 남이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더는 계속 불안하고, 구성원은 계속 눈치를 본다. 맡기는 사람도 성가시고, 받는 사람도 힘들다. 결국 또 다른 병목만 생긴다.

더 큰 문제는 구성원이 단순 실행자로 전락할수록 책임감도 약해진다는 점이다. 어차피 최종 결정은 리더가 할 것이라는 무기력함이 조직 안에 자리 잡는다. 미리 고민할 이유도, 끝까지 책임질 이유도 줄어든다. 업무와 심리적 거리가 생길수록 구성원의 책임감과 판단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구성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의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리더에 대한 의사결정 의존은 리더가 없을 때 조직을 멈추게 만든다. 동시에 구성원의 판단 근육을 위축시킨다. 책임 있는 일을 맡아보고, 판단해보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역량은 성장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조직의 인재 밀도는 낮아진다. 바쁜 리더는 자신이 조직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직이 스스로 움직일 기회를 빼앗고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의 머리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면서, 손발만 계속 늘린다는 데 있다. 그래서 위임을 한다고 말할수록 리더는 더 바빠진다. 조직은 그만큼 더 느려진다. 그럼에도 바쁜 리더는 자신의 위임 방식을 고칠 생각보다 손발을 늘릴 생각부터 한다. 직책자를 더 만들고, 보고 체계를 더 촘촘히 짜고, 확인 절차를 더 늘린다. 그렇게 조직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렇다면 바쁜 리더는 왜 이런 잘못된 위임을 반복하는가?
그리고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리더는 계속 바쁘고 조직은 계속 느려질 것이다.
AI와 협업 도구의 발전으로 개인의 생산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조직은 여전히 느립니다. 왜 조직의 속도가 리더에서 멈출까요? 책 『리더존망』에서는 그 이유를 모든 결정이 리더에게 몰리는 ‘의사결정의 구조’에서 찾습니다. 저자는 리더의 바쁨을 성실함이 아니라 위임 실패와 조직 병목의 신호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직을 망치는 나쁜 리더의 뿌리를 ‘완벽하다는 착각’, ‘장기 방향성 부족’, ‘타인에 대한 신뢰 부족’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16가지 나쁜 리더 유형을 통해 우리 조직의 속도가 어디에서 멈추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돌아보게 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나쁜 리더가 되지 않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조직이 느려졌다고 느낀다면 구성원을 탓하기 전에 리더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점검해 보세요. 리더의 바쁨이 조직의 병목이 되는 순간을 발견하고, '조직의 진짜 속도를 되찾는 방법'을 지금 이 책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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