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접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른의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서지능 프로그램을 7년째 운영해온 임한나 감성지능스토리랩 패브릭토리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한 AI 캠프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부모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을 이어갔고, 남편 김덕진 세종사이버대 컴퓨터·AI공학과 교수와 함께 그 고민을 『AI 시대, 부모로 살아가기』에 담아냈습니다.


임한나 대표는 올여름 대전에서 초등 3학년부터 고등 1학년까지 216명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세상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주제로 조를 나눠 활동을 진행했고, 마지막 단계에 구글 제미나이를 처음으로 결합했습니다.
프롬프트는 아이가 직접 입력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 보조 교사가 자판을 대신 두드렸고,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를 말로 설명해야 했습니다. 색깔, 등장인물 수, 옷차림까지 조건이 하나씩 다듬어지면서 아이들의 표현은 점점 구체화됐습니다. 다만 이렇게 표현이 좋아진 만큼, 임 대표는 캠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아쉬운 변화도 함께 목격했습니다.
조형물이나 그림은 원하는 만큼 잘 만들어지지 않아 타협하고 재료를 바꿔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하지만 AI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실패하거나 생각과 다르게 나오는 경험 자체가 빠지게 됐다는 것이 임 대표의 진단입니다. 그는 이 현상이 경쟁이 치열한 한국 교육 환경과 맞물리면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험을 지키면서 AI를 건강하게 쓸 방법은 없을까요? 임한나 대표 부부는 그 답을 집에서 세운 두 가지 원칙에서 찾았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언어에서 시작합니다. 유아교육에서 언어는 감정과 연결된 발달 과제로 다뤄지는데, 감정 어휘가 풍성해져야 생각이 달라지고 그 생각이 가치관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임 대표는 AI 시대에는 이 흐름이 프롬프트까지 연결된다고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AI를 학습이 아닌 놀이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놀이에는 방법과 규칙, 시간이 있고,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전제가 따릅니다. 임 대표는 놀이의 본질이 무목적성에 있다는 유아교육 원칙을 근거로, 결과물을 잘 뽑아야 한다는 부모의 압박부터 내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율성에는 자기조절력이 짝을 이뤄야 하며, 조절이 되지 않는 놀이는 중독으로 변질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언어와 놀이, 이 두 원칙을 집에서 지키려면 결국 부모 스스로도 AI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임 대표는 부모의 학습 목표가 기술을 가르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프롬프트 작성법을 외우는 대신 서비스 약관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아이와 무엇을 하며 놀 수 있을지를 찾는 편이 실질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부모들 사이에 퍼진 '내가 모르면 아이가 뒤처진다'는 압박을 지적하면서,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논쟁의 다음 표적이 AI라고 진단합니다. 그런데 임 대표가 정작 더 크게 우려하는 건 이 기술 격차가 아니었습니다.
임 대표는 기술 격차보다 관계 격차를 더 우려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캠프에서도 두 그룹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한 그룹은 서술형 과제에 익숙해 자기들끼리 토론하며 척척 진행한 반면, 다른 그룹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본 경험이 적어 대학생 보조 교사가 계속 질문을 던져야 그제야 수줍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유치원에 들어오는 시점에서, 현장 교사들은 세 가지를 연달아 지시하면 하나만 수행하는 아이가 많다고 전합니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본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 줄면 창의성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며, 앞서 확인한 두 그룹의 차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됩니다.

임 대표가 인터뷰에서 짚은 고민들, 즉 AI 시대에 부모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경험만은 지켜줘야 하는지는 책 『AI 시대, 부모로 살아가기』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어집니다.
책은 같은 질문 앞에서 갈라지는 두 시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기술의 가능성을 먼저 보는 시선과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시선이 부딪히고, 그 부딪힘 끝에 부부가 합의한 5가지 AI 원칙으로 정리됩니다. 'AI는 놀잇감으로 먼저 만난다', '15세 전엔 독립 계정을 주지 않는다'처럼 각 가정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실천 기준입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묻는 힘·쓰는 힘·견디는 힘·관계 맺는 힘 네 가지 역량도 이 합의 과정 안에서 함께 다뤄집니다.
후반부에는 아이와 함께 AI로 캐릭터를 만들고 동화를 쓰고 역사 인물과 대화해본 실제 활용 기록 9가지가 담겨, 집에서 그대로 따라 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자주 묻는 18가지 현실적인 질문에 답한 부록도 함께 실어, 인터뷰에서 다 풀지 못한 구체적인 고민까지 챙겼습니다.
AI를 막을지 말지 고민하기 전에, 무엇을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무엇을 맡길지 그 기준부터 세우는 게 먼저입니다. 임 대표와 나눈 이야기 전문은 테크수다 원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AI 활용, '안 되는 경험'이 사라졌다…임한나 패브릭토리 대표, "부모가 배워야 할 것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분별력"
2026년 9월 12일,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를 직접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편하게 이야기 나누실 수 있도록 차와 다과를 준비해 기다리겠습니다. 많은 신청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