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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리처드 파인만 - 기계는 생각할 수 있을까?

해당 콘텐츠는 리처드 파인만의 도서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2판)』와 1985년 9월에 진행한 강연인 Richard Feynman Computer Science Lecture - Hardware, Software and Heuristics을 기반으로 기획된 가상의 인터뷰 형식 콘텐츠입니다.



파인만 교수가 직접 오늘날의 독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면, 과연 어떤 말을 건넸을까요? 실제 그의 발언들을 바탕으로, 그런 상상을 이야기로 재구성했습니다.

 

인터뷰어: 파인만 교수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2025년의 과학계는 교수님께서 1980년대에 던지셨던 '컴퓨팅 기계의 잠재력과 한계'라는 질문에 여전히 답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거대 언어 모델(LLM)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많은 이들에게 '기계가 정말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리처드 파인만: 하! '생각'이라… 흥미로운 질문이군. 우선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겠군. 자네는 기계가 복잡한 패턴을 인식하고, 글을 쓰고, 심지어 그림까지 그리는 것을 보았으니 '생각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일세, 계산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물리적인 과정일 뿐이네. 나는 컴퓨터를 단순히 계산을 빠르게 수행하는 기계로 보지 않았네. 그 이론적 기초부터 물리적 한계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지.

 

인터뷰어: 교수님께서는 저서에서 인간의 두뇌가 언젠가 복제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인지, 인간이 단순히 기계에 불과한지를 고민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LLM은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하여 인간처럼 대화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충 말해도 알아듣는 컴퓨터'에 가까워진 것일까요?

 

리처드 파인만: 글쎄, 그건 좀 다르네. 내가 말했던 '대충 말해도 알아듣는 컴퓨터'는 인간처럼 맥락, 몸짓, 눈치 등을 통해 부족한 점을 메꾸는 능력을 말하는 거였네. 하지만 지금의 LLM은… 마치 매우 거대한 통계적 패턴 인식 기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내가 신경망에 관심을 가졌던 건 사실일세. 1980년대에  주류였던 '기호주의 AI' 방식과는 다른, 신경망을 통한 패턴 인식과 머신러닝이 AI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네. 심지어는 비전과 언어를 갖춘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신경망을 훈련하고 진화시키고 싶다는 '꿈'도 있었지. 신경망이 인간 아기처럼 기술을 하나씩 습득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네.

 

아기처럼 공부하는 AI. 실제로 아기는 언어 지식 없이 작은 경험에서 언어를 배울 거라 가정하고, 아기의 언어 습득 과정을 AI에 훈련한 연구도 있습니다.

 

인터뷰어: 그렇다면 오늘날의 LLM 발전은 교수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인가요?

 

리처드 파인만: 반쯤은 그렇고 반은 아니네. 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기계에 지시를 내릴 때 저수준 개념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기를 바랐지. 복잡한 명령어를 자동으로 간단한 명령어로 쪼개 실행하는 추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지. LLM은 분명 이런 추상화를 극대화한 결과물로 보이는군. 하지만 근본 원리는 항상 아주 단순한 요소의 조합에서 시작되는 걸세. 호화 주택과 차고가 겉으로는 달라 보여도 결국은 벽돌, 시멘트, 나무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셈이지.

 

인터뷰어: 교수님께서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AI의 중요한 이정표로 여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자율 주행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를 보면 기계가 '생각'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리처드 파인만: 음, 자율 주행은 분명 엄청난 발전이지. 하지만 쓸모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살아있는 생물의 신경학적인 특성을 속속들이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네. 생각해보게. 자동차가 치타처럼 다리를 쓰나? 비행기가 새처럼 날개를 펄럭대나? 아니지. 자율 주행 자동차는 복잡한 알고리즘과 센서, 그리고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주변 세상을 인식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지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네. 그저 수많은 문제 해결 요령과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이야.

 

치타처럼 다리로 달리는 자동차. 반드시 생물을 모방하는 건 답이 아닙니다.

 

인터뷰어: 교수님께서는 컴퓨터 과학이 '계산 가능성의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변 세상을 얼마나 알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고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LLM이 아무리 능숙하게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하더라도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리처드 파인만: 물론이지! 이것이 핵심적인 부분이네. 내가 튜링 기계를 가지고 설명했듯이, 어떤 문제들은 원칙적으로 어떤 기계로도 해결할 수 없네. 범용 튜링 기계(UTM)조차도 스스로의 '종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즉, 기계가 특정 입력에 대해 계산을 마칠지 영원히 계산할지 미리 알려주는 기계는 만들 수 없다는 걸세. 아무리 강력한 LLM이라도 이 수학적,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네. LLM이 생성하는 텍스트는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것이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은 아닐세.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

 

인터뷰어: 그렇다면 궁극적인 컴퓨팅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양자 컴퓨터는 이러한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리처드 파인만: 아, 양자 컴퓨터 말인가! 나는 1981년 강연에서 기존 고전 컴퓨터로는 시뮬레이션하기 어려운 양자계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네. 양자역학적 요소들로 구성된 컴퓨터는 '튜링 기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기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컴퓨팅의 미래와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궁극적인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리처드 파인만: 우리가 알고 있는 무어의 법칙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어. 트랜지스터 크기 축소를 통한 성능 향상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 하지만 이것이 컴퓨팅의 끝은 아닐세. 나는 논리 연산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에 대한 '란다우어 한계'에 대해서도 연구했지. 이론적으로는 에너지 손실에 하한은 없지만, 실용적인 구현에는 여전히 많은 공학적 장애물이 남아있네.

 

나는 늘 "이미 해결된 문제는 모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네. 이런 태도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었네. 지금의 LLM은 엄청난 데이터를 통해 이미 해결된 많은 문제들을 '흉내'내지만, 여전히 우리가 풀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들, 즉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네.

 

컴퓨팅은 새로운 재료, 새로운 소자, 새로운 아키텍처, 그리고 양자 컴퓨팅과 같은 새로운 계산 모델을 통해 계속 발전할 걸세. 중요한 것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 의심하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일세. 기계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기계의 능력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진보 아니겠는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네!


위 콘텐츠는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2판)』와 파인만 교수의 강의를 기반으로 기획된 가상의 인터뷰 형식 콘텐츠입니다.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우주의 아름다움과 질서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설명의 대가” - BBC
“전후 세대 이론물리학자 중 가장 뛰어나고, 창조적이며, 영향력 있는 인물” - 뉴욕타임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컴퓨터 과학 강의가 재조명됩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명쾌한 비유로 가득한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의 초판 출간 2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2판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컴퓨터의 기본 원리부터 구조, 한계, 물리학 그리고 미래까지 살펴봅니다.  특히 최신 연구 성과와 파인만의 통찰을 연결하는 특별 기고문을 추가로 담았습니다.

 

파인만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설명할 수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복잡한 이론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사고 방식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책은 컴퓨터라는 주제를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줄 ‘생각의 지도’와 같은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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