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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은 넘치는데 왜 아무도 확신하지 못할까

지난 글(바로가기)에서 우리는 "데이터는 많은데 정작 결정의 순간엔 망설여지는" 풍경을 이야기했고,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다섯 단계를 따라갑니다.
 

Awareness → Belief → Commitment → Diffusion → Embeddedness


오늘은 그 첫 단계, Awareness입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조직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어, 우리 회의실엔 사실보다 의견이 너무 많네?"를 자각하는 순간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자각이 데이터가 부족해서 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의견이 차고 넘치는데 아무도 "이게 맞다"고 증명하지 못할 때 찾아옵니다.

Awareness 단계 설명 이미지

1.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위한 Awareness란 무엇인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스테판 톰키 교수는 조직이 실험 문화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정리했고, 그 첫 칸이 Awareness입니다. 정의는 간단해요. 경영진은 실험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아직 그걸 가능하게 할 프로세스도 도구도 없는 상태. 여전히 경험과 직관에 기댄 시행착오가 의사결정의 주된 방식입니다.

 

"중요한 건 아는데, 할 줄은 모르는 상태"

 

그래서 Awareness는 완성이 아니라 출발선입니다. 그리고 다섯 단계를 하나로 꿰는 실은 결국 가설을 세우고 → 검증하고 → 다듬는 과학적 방법, 우리가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바로 그 순환이에요.

오늘 우리가 서 있는 곳은 1번 칸입니다. 그런데 이 칸을 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2. Awareness의 시작 : "Fewer the facts, the stronger the opinion"

 

사실이 부족한 회의실에서는 결국 연봉이 가장 높은 사람의 의견이 결론을 냅니다. 보통 이를 HiPPO(Highest Paid Person's Opinion)라고 부릅니다.

HiPPO 설명 이미지

여기서 데이터 실무자로서 한 가지 짚고 싶어요. 많은 조직에서 Awareness의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은 대개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거창한 보고서가 아니라, 회의실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로요. "그게 정말 그것 때문일까요?" 지난 글의 쿠폰을 떠올려 보세요. 

"쿠폰 뿌렸더니 매출이 올랐다"는 상관관계, "쿠폰 때문에 올랐다"는 인과관계입니다. 이 질문 하나가 강한 의견을 갈 곳 없게 만들고, 조직이 처음으로 "어, 우리가 추측으로 결정하고 있었네?"를 자각하게 합니다.
 

다만 분석가는 자각을 촉발할 수는 있어도, 그걸 결정으로 바꾸려면 조직이 다음 한마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결정의 순간에 망설이는 이유는 결국 “우리는 무엇이 무엇을 움직였는지 모르고, 그걸 따져 물을 도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과추론과 실험은 그 도구를 손에 쥐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 왜 데이터로 결정하고, 왜 실험인가


직관과 경험으로도 회사는 굴러갑니다. 그런데 왜 굳이 데이터로, 그것도 실험으로 결정해야 할까요?

  • 첫째, 직관은 자주 틀립니다. A/B 테스트 책의 저자 론 코하비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실제로 실험을 돌려 보니, "분명 좋아질 것"이라 믿고 만든 기능 중 약 1/3만 지표를 올렸고, 1/3은 무변화, 1/3은 오히려 떨어뜨렸습니다. 셋 중 둘은 빗나간다는 뜻이죠.

실험 결과 통계 이미지

  • 둘째, 그 차이가 성과로 드러납니다. 톰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강한 실험 문화를 가진 빅테크의 지난 10년 주가는 S&P 500을 꾸준히, 큰 폭으로 앞질렀습니다. 검증된 실험 없이 신제품을 내놓는 건 눈을 가리고 비행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합니다.
     
  • 그런데 왜 대시보드가 아니라 실험일까요? 대시보드는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그것도 사후에 보여줄 뿐입니다. 정작 알아야 할 건 "무엇이 무엇을 움직였는가"인데 말이죠. 두 그룹을 무작위로 나눠 동시에 돌리는 A/B 테스트만이, 지표의 차이를 우리가 준 변화에서 온 것으로 분리해 줍니다. 상관을 인과로 착각하는 함정에서 우리를 꺼내 주는 거의 유일한 도구예요.

대시보드와 실험의 차이 이미지

물론 실험이 늘 의사결정의 마지막 선택권을 갖는 건 아닙니다. 종종 우리는 기업의 비전과 고객의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 경우 데이터를 거슬러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조차 실험이 있었기에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Awareness의 진짜 의미는 "존중"이다


많은 조직이 Awareness를 단순히 “데이터를 잘 볼 수 있는 BI 툴 도입하자”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구성원의 의견과 가설이 쉽게 오고갈 수 있도록 만드는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데 달려 있습니다. 서로의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지는 상위 의사결정권자도 그리고 실무자도 실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실험 조직에서 리더는 위에서 결정을 내려 주는 사람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결정이 내려지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험 결과는 의견과 편향을 이깁니다. 그 의견이 최고 경영진의 것이라 해도요. 진짜 실험 조직에서는 상사의 가정조차 현실의 테스트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Awareness의 본질은 "데이터로 검증해봐"가 아니라, 가장 높은 사람(앞서 말한 HiPPO죠)이 "내 판단 셋 중에 둘은 틀릴 수 있어"라고 인정하는 순간입니다.

 

이 자각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플랫폼을 깔아도 그건 결국 자기 판단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전락합니다. 지난 글에서 가장 무섭다고 했던 풍경이기도 합니다.

 

5. AI 시대: 실행이 매우 쉬워진 지금, 자각이 더 절실하다

 

왜 하필 지금 이 자각이 더 중요해졌을까요? 이젠 AI로 인해, 아이디어에 대한 실행의 비용이 거의 0에 수렴했기 때문입니다.

 

AI 코딩 도구로 며칠 걸리던 기능이 몇 분 만에 나옵니다. 이제 데이터 실무자가 코드를 작성하는 일은 더 이상 병목이 아닙니다. 대신 새로운 문제가 생겼어요. 더 많이 제품 또는 기능을 출시할수록, 내가 만든 변화가 진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확신은 줄어듭니다. 이제 우리는 "이걸 출시할 수 있는가"에서 "빠르게 출시하고 해당 기능이 우리 고객에게 의미있는 기능인가"로 질문을 바꿔서 던져야 합니다.

 

옵션을 만드는 능력은 AI가 폭발적으로 늘려 줬지만, 그중 무엇이 진짜 지표를 움직였는지 판단하는 능력은 늘려 주지 않았습니다. 실행이 싸질수록, 모르는 것의 비용은 오히려 비싸집니다.

AI가 실행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희소한 능력은, "무엇이 무엇을 움직였는가"를 따져 묻고 무엇을 남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게 인과추론이고 실험이며, 그 출발선이 Awareness입니다. 

빠르게 만들수록, "이게 정말 효과가 있었나?"를 물을 줄 아는 조직과 아닌 조직의 격차는 더 빠르게 벌어집니다.

 

물론 AI 시대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세우는 데 Awareness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첫 삽을 뜰 명분이 생긴 것이죠. 그 첫 삽의 이야기는 다음 글 Belief에서 이어집니다.

 

Next in series
 

  • Awareness — 의견은 넘치는데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 오늘 여기까지
  • Belief — 한 번의 실험이 만든 작은 균열 그 다음으로 Commitment → Diffusion → Embeddedness

데이터를 바라보는 사람에서, 데이터로 결정하는 사람으로. 그 여정의 두 번째 글이었습니다.

 

스테판 H. 톰키,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원제 Experimentation Works: The Surprising Power of Business Experiments), 한경BP, 2023

Harvard Business School Executive Education, "The Critical Role of Leadership in Building a Culture of Experimentation" (Executive Insights) — 5단계 성숙도 모델·실험 문화의 7가지 속성

Ron Kohavi, Online Controlled Experiments: Lessons from Running A/B/n Tests for 12 years (KDD 2015 Keynote), exp-platform.com


함께 보면 좋은 강의

 

『데이터 실무자의 사고력 강화 : AI 인과추론 실무』는 크래프톤 데이터 분석가 신진수님과 함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는 사고 방식, 그리고 실무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실험과 판단의 기준을 다루는 강의입니다.

단순히 분석하는 것을 넘어, “무엇이 무엇을 움직였는가”를 고민해보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강의 소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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