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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가/책

#특별연재 ①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후에 제 기분은 말이죠… - 노브레인 록커 이성우의 고백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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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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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브레인 록커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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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지,
록커 이성우 -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후에 제 기분은 말이죠…
이성우
한덕현 선생님께,

처음 선생님을 만나게 된 계기가 생각납니다. 제가 불안 장애와 불면증을 겪게 되면서였죠.
요 2년 사이, 다른 사람들처럼 코로나로 저 역시 손발이 묶였어요. 한 달에 수십 번씩 마음껏 뛰어놀던, 제겐 놀이터 같았던 공연장에 가는 일도 한 달에 한 번이 될까 말까였죠. 라이브클럽의 사장님들도 저를 보곤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하곤 했습니다. 밴드들의 수입이 줄어드니 저희 회사 또한 타격을 받았고 대표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지고 한숨만 새어 나왔습니다. 제 주변에 자영업자 친구들이 많은데, 어깨가 축 처져서는 꾸역꾸역 버티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저도 힘든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들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아무리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불확실한 오늘과 내일, 거기에 억눌린 욕구들까지 더해져 걱정과 스트레스라는 괴물이 제 안에 계속 꿈틀거리다 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예전에 황재균 선수가 자기 멘토링을 해주시는 좋은선생님이 계신다는 말을 했던 게 기억났습니다. 얼른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죠. 저라는 인간은 어떤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본능이 있나 봅니다.
‘아… 어쩌지… 아… 어쩌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말도 귀에 잘 닿지 않고, 불안과 불면으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선생님의 존재가 떠올랐으니 말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해주셨던 말이 생각나네요.

“좋아하는 것을 그만둬도 상관없어야, 그 일에 더 집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노래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만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

“록을 25년 했는데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 말에 무릎을 탁 치며 “그렇죠! 그렇죠!”라며 연신 호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때 해주신 말씀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그때 제 얘기를 다 듣고는 ‘지금 상황에 이러는 게 당연한 거’라며 토닥여주신 덕에 불안과 불면이 차츰 사라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참 담백한 어조로 말씀하시지만, 꽤 예리하고 살짜쿵 찌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말투가 포근히 안아주는 것 같아서 따듯하다고 느끼다가도 정신이 바짝 들게 귀싸대기 올려주는 느낌이 있어요. 절대 욕 아닙니다, 선생님!

최근 본 선생님의 유튜브도 그랬습니다. 출연하신 유튜브 방송에서 슬럼프에 대해 말씀하시더라고요.저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꽤 대범하고 자질구레한 건 잘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막상 큰일들엔 대범한 면도 있지만 의외로 자질구레한 무언가를 잘 놓지를 못하죠. 소심할 땐 한없이 소심하고 별거 아닌 거에 한번 꽂히면 이게 며칠을 가고 몇 달이고 가죠.

무대에서 가사를 틀렸다든지 삑사리가 났다든지 하면 ‘실수할 수도 있지’ 하고 다음 곡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돼요. 한 번 틀리면 공연 내내 신경이 쓰여서… 뭐랄까, 똥 싸고 제대로 못 닦은 기분이랄까요. 물론 공연이 끝난 후에도 다른 잘한 것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잘못한 거 하나 때문에 영 기분도 그렇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실수를 잘 잊어버리지 못하고요.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이 출연하신 유튜브를 보면서, 다시 한번 무릎을 탁 쳤습니다.

“실수를 해도 원래의 나로 살 수 있고,
처음 계획한 대로 시작할 수 있거나 융통성 있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캬아…! 실수를 해도 원래의 나로 살 수 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원래의 나로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실수를 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옥죄고 힘들게 하고, 제 자신을 누구보다도 믿고 사랑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남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믿으라며 가사를 쓰고 노래를 하면서 막상 그 말을 까먹고 살고 있는 내 자신아. 이러지 말자. 너조차 너를 안 믿으면 누가 널 믿겠어. 둘도 없는 단 하나의 존재인데 왜 그걸 또 까먹고 살고 있냐. 실수는 실수다. 커피를 쏟았다면 흘린 커피를 빨리 닦고 커피는 다시 내리면 된다. 흘린 커피가 아깝다느니 옷에 커피가 묻었다느니 그런 생각해 봐야 짜증만 나지 별로 도움 안 된다. 고장난 에스프레소머신이라면 고치면 된다. 실수하는 나도 예뻐해주자고.’‘남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믿으라며 가사를 쓰고 노래를 하면서 막상 그 말을 까먹고 살고 있는 내 자신아. 이러지 말자. 너조차 너를 안 믿으면 누가 널 믿겠어. 둘도 없는 단 하나의 존재인데 왜 그걸 또 까먹고 살고 있냐. 실수는 실수다. 커피를 쏟았다면 흘린 커피를 빨리 닦고 커피는 다시 내리면 된다. 흘린 커피가 아깝다느니 옷에 커피가 묻었다느니 그런 생각해 봐야 짜증만 나지 별로 도움 안 된다. 고장난 에스프레소머신이라면 고치면 된다. 실수하는 나도 예뻐해주자고.’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저에게 나쁜 영향만 준 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저 자신에 대한 끝없는 물음에 답을 주기도 했어요.
매번 당연하게 올라갔던 무대들, 쿵쾅거리는 드럼소리, 둥글둥글 굴러가는 돌 같은 사운드의 베이스소리, 시끄럽지만 피를 끓게 만드는 기타소리, 관객들의 환호…. 제가 진정으로 원한 건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실외 마스크 제한도 풀리고, 코로나 전의 일상으로 조금씩 되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해지는 날이 다시 오겠죠?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때, 소위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마음 아픈 사람들이 점점 줄어 선생님이 팽팽 놀게 되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오면 선생님 기분이 어떠시려나요?

이성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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