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웹 브라우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가장 익숙한 도구이지만, 정작 그 속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생각보다 잘 알지 못한다.
이번에 읽은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웹 브라우저"는 그런 궁금증의 심장을 직접 열어보는 책이다.
1천만 줄이 넘는 코드로 이루어진 거대한 시스템 속으로,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그 구조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론서는 아니지만 월드와이드웹(WWW)과 웹 브라우저의 태동부터 개념적인 부분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파이썬으로 직접 브라우저를 구현하면서,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치던 웹의 작동 원리를 손끝으로 체험하게 한다. 각 과정을 통해 HTML을 다운로드하고 텍스트를 그려보고 스크롤을 구현하며, 점차 “브라우저”라는 유기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밟아간다.
웹 브라우저는 HTML 태그, 지시어, JavaScript, CSS 등으로 구성된 요소들을 해석해 화면에 렌더링한다. 이 과정에서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요청과 응답, 이벤트 처리, 값의 변화를 연결하며 기술적 상호작용을 완성한다.
Part 1 페이지 로딩에서는 서버에 연결하고 데이터를 받아오는 흐름을 다룬다. DNS, HTTP 요청, 그리고 암호화된 연결까지 — 평소 개발자가 한 줄의 코드로 호출하던 네트워크 동작의 밑바탕을 낱낱이 보여준다. 이후 "화면에 그리기"와 "텍스트 포맷팅"에서는 창을 띄우고 글자를 배치하며, 눈에 보이는 렌더링의 첫 걸음을 체험한다.
Part 2 문서 표시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브라우저의 엔진이 등장한다.
DOM 트리를 구축하고, CSS 스타일을 적용하며, 페이지를 그려내는 과정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마치 브라우저의 뼈와 근육, 그리고 피부가 하나씩 덧입혀지는 듯한 느낌이다. 과거에 웹 페이지를 크롤링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DOM 트리에 대한 내용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 수 있었다.
Part 3 애플리케이션 실행은 웹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보여준다.
폼(form) 데이터 전송, 자바스크립트 실행, 이벤트 처리, 쿠키와 보안정책 등 브라우저와 서버의 관계가 한층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읽다 보면 우리가 매일 누르는 ‘로그인’ 버튼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동작이 숨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마지막 Part 4 모던 브라우저 기능에서는 GPU 가속, 애니메이션, 접근성, iframe, 스레드 기반 렌더링 등 현대적인 브라우저의 복잡한 구조가 이어진다. 단순히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최적화되고 어떤 철학으로 작동하는지까지 함께 탐색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단 하나였다.
“브라우저를 이해하는 순간, 웹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단순히 HTML과 CSS를 다루는 개발자를 넘어, 웹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거대한 시스템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웹 브라우저"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학습서가 아니다. 브라우저라는 세계의 구조를 하나씩 조립하며, 기술 속에 숨어 있는 논리와 예술성을 동시에 발견하게 한다.
웹의 근본을 이해하고 싶은 개발자, 혹은 “작동하는 원리를 알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지식보다는 깨달음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