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AI를 쓰는 일은 점점 쉬워진다. 클릭 몇 번이면 글을 써주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사진을 분류하고,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줄줄이 추천한다. 그런데 편리함이 커질수록 이상하게도 질문은 더 자주 생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왜 이걸 추천하지?” “왜 방금은 똑똑했는데 다음 문장에선 갑자기 헛소리를 하지?” “저번엔 되던 게 오늘은 왜 안 되지?”
결국 AI는 우리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왔는데, 원리는 여전히 블랙박스처럼 느껴진다. 안이 안 보이니 믿음도, 의심도, 활용도 전부 ‘감’에 기대게 된다. 『AI를 움직이는 수학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AI는 마법이 아니라 계산이고, 그 계산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언어가 수학이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코드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보다 “왜 그렇게 작동하느냐”를 중심에 놓고, 수학적 모델로 AI의 작동 방식을 풀어낸다.
이 책의 구성이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기술을 정보 검색–상품 추천–이미지 분류–문장 생성–음성 분석–GPS 위치 측정처럼 생활 밀착형 주제로 고르고, 각 기술이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수학을 한 단계씩 쌓아 올린다. 덕분에 독자는 ‘수학 → AI’로 억지 연결하는 느낌이 아니라, ‘현상/기술 → 필요한 수학’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간다. “이 공식을 알아야 해요”가 아니라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이런 계산이 필요해요”라는 방향이라서 납득이 된다.
예를 들어 검색 파트는 우리가 검색창에 단어를 넣는 순간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점수 매기기’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어떤 문서가 더 관련 있는지, 그 관련성을 숫자로 만들려면 텍스트를 어떻게 벡터로 바꾸고, 단어의 중요도는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이 차근차근 따라온다. TF‑IDF나 벡터화 같은 개념이 여기서 “그냥 유명한 단어”가 아니라, 검색 결과를 정렬하기 위한 필연적인 장치로 자리 잡는다. 검색이 더 이상 ‘잘 나오는 기술’이 아니라, 기준을 정하고 점수를 계산해 순위를 세우는 시스템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추천 파트로 넘어가면 ‘취향을 맞히는 기술’이 갑자기 점쟁이처럼 느껴지기보다, 결국은 “비슷함”을 수치화하고 그 값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라는 게 보인다. 코사인 유사도 같은 지표가 왜 등장하는지, 그리고 추천이 단순히 과거 기록을 복붙하는 게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업데이트되는 과정임을 미분과 경사하강의 언어로 연결한다. 여기서부터는 AI가 단순히 ‘결과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틀린 정도를 측정하고 더 덜 틀리게 움직이는 기계라는 관점이 생긴다. 이 관점 하나만 생겨도, 모델이 왜 “완벽”할 수 없는지, 왜 데이터가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는지 같은 것들이 감이 아니라 이유로 설명된다.
이미지 분류 파트는 CNN의 합성곱이나 소프트맥스 같은 단어들을 “외워야 하는 벽”으로 세워두지 않는다. 이미지를 픽셀의 집합으로 보고, 그 픽셀에서 특징을 뽑아내려면 어떤 계산이 필요한지(그리고 그 계산이 왜 지역적인 패턴을 잘 잡아내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합성곱은 이름이 어렵지 실제로는 “특정 패턴을 탐지하는 계산”으로 이해된다. 소프트맥스 역시 결과를 확률처럼 다루기 위한 정리라는 맥락이 붙는다. 이 흐름 덕분에 딥러닝 용어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도구’로 정리된다.
문장 생성 파트(챗봇 쪽)는 특히 요즘 독자에게 재미있는 구간이다. 트랜스포머와 어텐션이 왜 강력한지, 문장을 토큰으로 쪼개고 임베딩으로 바꾸고, 위치 정보(순서)를 어떻게 주입하며, 다음 단어를 예측하기 위해 어떤 확률적 선택이 필요한지 같은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걸 읽고 나면 챗봇의 답변이 때때로 그럴듯하지만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싸한 다음 토큰을 이어 붙이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해가 생기면 기대치도 현실적으로 조정된다. “왜 저렇게 말하지?”라는 불만이 “아, 저 구조라면 여기서 흔들릴 수 있겠네”로 바뀐다.
뒤로 갈수록 책의 매력이 커지는 지점은 음성 분석과 GPS다. AI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푸리에가 나오고, 위치 측정을 하다가 연립방정식과 근사법이 나오고, 심지어 상대성 이론의 그림자까지 스친다. 처음에는 “여기까지 가나?” 싶은데, 읽고 나면 오히려 이 구성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가 ‘AI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수학(선형대수·미적분·확률) + 신호처리(푸리에) + 물리(시간/공간) + 최적화가 한 덩어리로 맞물려 돌아가는 결과물이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AI를 AI만으로 이해하려 했던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 있다.
좋았던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학을 공식 암기 과목으로 다루지 않고 문제를 먼저 세팅한 뒤 필요한 순간에 공식을 꺼내는 방식이라, “이걸 왜 배우지?”에서 “아 그래서 필요했구나”로 감정선이 바뀐다.
둘째, 설명이 종종 친절하다. 계산 과정을 적당히 따라가게 해줘서 “여기서 왜 갑자기 이렇게 되지?”라는 좌절이 덜하다. 물론 뒤로 갈수록 난도는 올라간다. 특히 푸리에나 GPS 파트는 수학 밀도가 확 올라가서 한 번에 쭉 읽기보다는, 잠깐 멈춰서 식을 다시 보고 예시를 되짚는 편이 좋다. 하지만 그 “천천히 읽게 만드는 밀도” 자체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면 남는 게 없을 내용을, 적어도 한 번은 제대로 손에 잡히게 만들어준다.
다만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만능은 아니다. “실습 코드로 빠르게 구현해서 결과를 보고 싶다”는 독자라면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요령보다, 결과물 뒤의 원리를 이해하게 만드는 쪽에 무게가 있다. 반대로 말하면, AI를 교양으로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거나(기획/PM 포함), 업무에서 AI를 설명해야 하거나, 개발을 하더라도 용어를 ‘아는 척’이 아니라 ‘납득’하고 싶거나, 혹은 수학을 다시 붙잡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읽는 팁을 하나 덧붙이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읽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관심사가 검색/추천이라면 그쪽을 먼저 읽어도 좋고, 챗봇이 궁금하다면 문장 생성 파트를 먼저 읽어도 좋다. 중요한 건 순서보다도, 한 챕터에서 “수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체감하는 것이다. 그 체감이 생기면, AI가 더 이상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이유를 대고 판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뀐다.
한 줄 평을 조금 더 풀어 말하자면 이렇다.
“AI를 설명할 때 ‘감’이 아니라 ‘이유’를 말하게 해주는 수학 입문서.”
블랙박스를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여기서 뭘 계산하는지”, “왜 이런 지표가 필요한지”, “어떤 한계가 구조적으로 생길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우리는 AI를 더 잘 쓰게 된다. 더 잘 쓰는 건 더 많이 쓰는 게 아니라, 더 정확하게 기대하고, 더 똑똑하게 질문하고, 더 책임 있게 적용하는 것이니까. 이 책은 그 출발점에 수학을 놓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출발점이 꽤 단단하다는 걸 보여준다.











상거래 추천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한 시간의 누적량
- 아이작 뉴턴의 편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