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놓인 학원 시간표를 보며 고민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영어, 수학에 이어 코딩까지 시켜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아이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챗GPT에 숙제의 답을 묻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아이에게 AI를 가르쳐야 할까요?”가 아닙니다. “이미 아이 손에 쥐어진 AI를 어떻게 제대로 다루게 할 것인가”입니다.

지금의 AI는 방대한 글을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다음 단어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 냅니다. 학습한 글 안에 답이 있으면 잘 맞히지만, 그 밖에 있으면 그럴듯한 거짓을 지어내기도 합니다.
이 원리를 알아두면 AI가 왜 가끔 자신 있게 틀린 답을 내놓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는 친구도, 선생님도, 신도 아닙니다. 공감하는 듯한 말을 건네도 그 안에 사람의 마음은 없으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하고 자신 있게 틀린 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첫 번째 분별력은 AI를 도구로 보는 것입니다.

같은 AI를 써도 어떤 사람은 답만 얻고, 어떤 사람은 작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그 차이는 '질문'에서 나옵니다. 실용적인 원칙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상황과 대상, 목적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숙제 도와줘”보다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할 수 있게, 태양계 행성의 특징을 표로 정리해줘”가 훨씬 쓸모 있는 답을 만듭니다.
둘째, AI에 역할을 부여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라고 생각하고 설명해줘"처럼 관점을 정해주면 어조와 방향이 달라집니다.
셋째, 큰 질문 하나를 던지기보다 단계를 나눠 이어갑니다.
넷째, 원하는 결과물의 짧은 예시를 함께 보여줍니다.
다섯째, 이 답을 어디에 쓸 것인지 미리 알려줍니다.
이 다섯 가지를 아이와 함께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결국 좋은 질문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스스로 분명히 정리하는 일이며, 이는 가장 오래된 공부법과 다시 이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AI를 안전하게 쓰려면 세 가지 한계를 알아두어야 합니다. 학습 자료에 없는 답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 현상, 사람이 만든 데이터 속 편견을 그대로 배우는 '편향' 문제, 그리고 특정 시점 이후의 일은 알지 못하는 '최신 정보의 한계'입니다.
이를 보완하는 검증 습관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숫자나 인물, 법 조항이 포함된 답은 반드시 출처를 확인할 것, 다른 AI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이 갈리는 지점을 확인할 것, 의료·법률·세금·투자처럼 결과가 중요한 분야는 반드시 전문가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 어디야?"처럼 검증하기 쉬운 질문을 던져보고, AI가 자신 있게 답한 가게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확인해보는 연습도 도움이 됩니다. 한 번의 경험이 백 번의 잔소리보다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영어와 수학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쌓아두고 꺼내 쓰는 지식에 가깝기 때문에, 학원에서 체계적으로 익히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외워두는 대상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두고 함께 문제를 푸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코딩 학원에 AI 과목 하나를 추가한다"는 접근은 이 기술의 본질을 놓친 방식일 수 있습니다.
수영을 배울 때 영법을 외우는 것보다 직접 물에 들어가 보는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AI도 강의를 듣는 것보다 자기 숙제 하나를 AI와 함께 풀어본 경험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전공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전공 하나가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먼저 깊이 파되, 그 위에 AI라는 도구를 얹어 다른 분야와 연결해보는 편이 낫습니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라는 개념도 이런 맥락입니다. 의사, 농민, 공무원, 교사 등 어떤 분야든 자기 일에 AI를 더할 줄 아는 감각이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왜?"라고 물을 때 곧바로 AI에 질문을 던져 답을 읽어주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정답을 빨리 건네고 싶은 유혹을 잠시 견디는 '한 박자'가 아이의 사고방식을 바꿉니다.
정답을 곧바로 받은 아이는 답을 소비하고 끝내지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어떻게 물어야 더 좋은 답을 얻을까?"라고 되물어주면 아이는 스스로 더 날카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결국 다음 세대의 영재를 만드는 바탕은 더 많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 앞에서 함께 머물러주는 부모의 시간에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서툴게라도 함께 사용하고, 함께 질문하며 검증해본다면 아이는 훨씬 더 멀리, 더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7월 15일 출간 예정인 『AI가 두려운 당신에게』의 일부를 바탕으로 구성한 선공개 콘텐츠입니다.
『AI가 두려운 당신에게』는 초거대 AI ‘엑사원’을 개발한 AI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AI 정책을 총괄하는 배경훈 부총리가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AI 질문 14가지에 답하는 책입니다.
아이 교육, 직장인의 AI 활용, 회사 자료 보안처럼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고민부터 한국형 AI,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일자리, 의료·돌봄·산업 변화까지 AI 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을 다룹니다.
이 책은 “AI를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무엇부터 써봐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뒤처지지 않는지를 기술과 정책, 산업과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냅니다.
AI를 피할 수 없다면, 이제는 질문하고 이해하고 활용할 차례입니다. 『AI가 두려운 당신에게』에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14가지 답변을 먼저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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