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Anthropic은 Claude 3.7 공개 이후 단 3개월 만에 Claude 4를 공개했다. OpenAI 역시 점점 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비단 모델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생산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최근 업계를 놀라게 한 Cursor.ai는 20명의 소규모 팀으로 연간 반복매출(ARR) 1억 달러를 21개월 만에 달성했고, 현재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약 13조 원)로 평가받고 있다. Bolt.new와 Lovable도 각각 15명의 팀으로 불과 두 달 만에 각각 2천만 달러와 천만 달러의 ARR을 기록했다. 이미지 생성 AI로 유명한 Midjourney는 단 10명으로 2년 만에 2억 달러의 ARR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Mercor(30명), ElevenLabs(50명), Aragon.ai(9명) 등이 유사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들은 운이 좋거나 뭔가 특출난 한가지를 잘 했거나 남들은 없는 특허를 획득해서 성공한게 아니다. 제공하는 제품이 모든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면서도 그 격차를 계속 유지하거나 벌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의 경쟁사는 수만에서 수십만의 직원을 거느리면서 조 단위 투자를 가볍게 하는 그 유명한 글로벌 빅 테크들이다!
나는 이러한 혁신이 바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덕분이라고 믿는다. 바이브 코딩은 AI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연 언어를 통해 빠르게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바이브 코딩을 제대로 활용하면 소수의 인원이 훨씬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 팀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크게 줄이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브 코딩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개발자가 제품 설계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개발 부담이 줄어들면서 한 명의 인력이 다수의 개발자, 매니저, 제품 기획자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비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엄청난 변화가 세상에 등장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테크 기업이라고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24년 6월경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수장 맷 가먼(Matt Garman)이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24개월 후 대부분의 개발자가 코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도했다. 나는 이 발언이 너무나 태평한 낙관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 시기에는 Cursor가 개발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테크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존 기업들이 이제 바이브 코딩을 무기 삼아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AI를 단지 위협으로 여긴다면 기업과 개발자들의 생존 기간은 짧을 수 밖에 없다. AI의 위협을 맹수에게서 도망치는 상황으로 비유하면,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옆 사람보다 빠르게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시간 벌기일 뿐 결국엔 잡아먹힐 운명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AI와 같은 편이 된다면 어떨까? AI는 개발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에 있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증폭시켜줄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이제 바이브 코딩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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