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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가/책

일자리가 빠르게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 - 이미 시작된 세계 사회의 위기와 균열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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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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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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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사는 대다수 시민들의 대답은 매우 간단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먹고살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할 새로운 시대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이미 때늦은 일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결합된 기계인간은 각종 분야에서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다. 사람이 일할 기회가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대량으로 사라지는 중이다. 산업계와 서비스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상이 되었고, 그 흐름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백화점들이 위기에 처했고, 온라인쇼핑몰도 직원을 대거 줄이는 대신 컴퓨터가 그들의 업무를 처리한다. 2017년 미국에서는 이미 메이시스Macy’s와 시어스Sears를 비롯한 소매상점 9,000개가 폐업했다.112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ToysRUs는 2018년 3월 파산해 직원 3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113 영국 지점 100개도 함께 문을 닫았다. 같은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가장 부유한 지구인의 자리를 아마존 회장인 제프 베이조스에게 넘겨줘야 했다. 매장에 가서 직접 진열대를 뒤지는 대신 아마존닷컴에서 장난감을 주문하는 게 낫다고 여겼던 사람들은 모두 베이조스가 부자가 되는 데에 조금씩이라도 보탬이 된 셈이다.

 

물류와 배송 시스템이 고도로 효율화됨에 따라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저가의류 회사인 씨앤에이C&A는 30년 만에 오스트리아 린츠 인근에 있던 중유럽 배송센터를 폐쇄했다. 여성이 대부분인 215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씨앤에이의 임원인 노베르트 쉴레Nobert Scheele는 그들의 기술이 더는 시대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씨엔에이는 한 재력가가 슬로바키아 트르나바에 세운 디지털 물류창고를 임대할 예정이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포함한 동유럽 9개국의 고객이 주문한 의류는 그날 밤 트르나바의 창고에서 배송트럭으로 옮겨질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느새 최근까지도 인간의 지능을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영역에까지 진출했다. 16개국에서 3,300만 명이 가입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험사인 아비바Aviva는 런던의 ‘디지털 차고’에서 회사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그곳에서는 컴퓨터가 계약을 체결하고, 손해배상 건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던 거의 모든 인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아비바의 온라인 보험부서가 관리하는 고객 수가 벌써 100만 명을 넘었다. 그 부서의 담당 직원은 고작 스물다섯 명이다.

 

보험사들은 줄곧 그들이 수년간 낮은 이자율로 곤란을 겪고 있음강조해왔다. 하지만 대형 보험사인 알리안츠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수십억에 달하는 이윤을 거둬왔으며 2016년 영업이익은 무려 108억 유로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숫자가 공개된 직후 알리안츠에서는 2020년까지 독일에서만 정규직 700명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이 흘러나왔다. 직원 중 다수가 시간제로 일하는 보험업 특성상 실제로는 더 많은 직원들이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신문인 <보험경제 오늘Versicherungswirtschaft heute>은 “임금 피크제 계약에 의해 이미 57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117 내부 계산으로는 해고 예상 인원이 2,170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특정 상해나 승용차 사고 배상을 규정하고 처리하는 인력 중 다수가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알리안츠 독일지사 대표인 뤼디 쿠바트Ruedi Kubat는 기업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의 자동화와 디지털화 노력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의 말대로 될까? 그는 진짜로 고객이 기계에게 상담받는 편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할까? 혹시 외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갖다 붙이고선 실제로는 전혀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건 아닐까?

 

알리안츠와 마찬가지로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철저하게 친경제적 신문인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알리안츠가 비용을 절감했다고 해서 보험비용이 내려가고 고객들이 혜택을 보는 건 아니다. 비용 절감으로 확실히 혜택을 보는 건 주주들이다. 회장인 올리버 배테Oliver Bäte는 주주들에게 높은 이윤과 배당금 증액을 약속했다.”라고 평가했다. 많은 다른 보험사들 역시 대량 해고를 계획하고 있다. 독일어권에서 누구나 알 만한 회사의 임원 한 명은 사무직의 30퍼센트 내지 50퍼센트가 ‘과잉’이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존 시란John Cyran 사장은 “우리는 9만 7,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경쟁사들은 직원 수가 우리 회사의 절반도 안 된다. 우리는 수작업이 너무 많다. 우리가 실수를 많이 하고 비효율적인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은행은 업무를 학습한 기계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려 한다. 최근 9,000명을 해고한 것은 시작일 뿐이다. 게다가 신무기로 무장한 핀테크 회사들과의 경쟁도 가열될 것이다. 이제 은행은 대출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일을 포함해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업무 외에 크라우드인베스팅crowdinvesting이나 크라우드렌딩crowdlending에도 뛰어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서비스는 은행이나 대형 투자자가 아닌 개인들도 적은 금액으로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지난 10년간 독일 은행업계에서는 전체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6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먼저 농촌 지역 지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지금은 도심의 지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코메르츠은행Commerzbank은 2020년까지 직원 9,600명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업무의 80퍼센트가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이다. 지점 없이 인터넷과 전화로만 연락이 가능한 아이엔지디바는 직원 수가 독일 우체국은행의 4분의 1 수준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독일의 은행업이 성장하리라는 기대는 지역에서 일자리를 잃은 지점의 직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고전적 의미의 상담원과 사무원들은 모두 디지털화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컴퓨터 전문가와 법 규정 준수를 판별하는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만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독일과 달리 오스트리아는 비록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이긴 해도 아직까지는 평안한 상태를 누리고 있다. 2017년 기준, 은행업과 보험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응답자 중 92퍼센트가 향후 10년간 자신들의 일자리가 ‘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노동의 세계에서는 지적 업무도 기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법조인도 일자리 위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앞으로는 기계가 사안의 적법성을 가늠하고, 계약서도 컴퓨터가 알아서 작성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변호사 업무의 5분의 1, 법무사 업무의 3분의 1을 기계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늦어도 2030년에는 은행과 보험회사,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고객이나 의뢰인이 일반적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과 직접 대면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원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마치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기차를 탈 때 인터넷이나 자동판매기가 아닌 창구에서 표를 사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IT 대기업들도 계속 구조조정을 해나가고 있다. 2018년 전 세계 IBM 직원 중 3만 명은 내부 계획에 따라 재조정 대상이 됐다.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 명은 새로운 업무를 받았지만,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이 자리는 다시 충원되지 않을 예정이다. 또 다른 3분의 1은 조만간 해고통지서를 받게 될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선두기업이라 할 수 있는 이 회사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이 상황이 “디지털화는 회사의 모든 기능과 모든 업무에 연관된다.”라는 간명한 표현으로 설명되어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미래의 옹호자Future Advocacy’라는 연구소는 굉장히 놀라운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가장 번성한 도시인 런던이 자동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런던의 서부가 가장 심각하다. 히스로공항 인근으로 수많은 창고 건물이 산을 이룬 이곳은 늘어나는 항공 교통량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중 40퍼센트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형 공항 인근인 프랑크푸르트의 남쪽 구역 또한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인 잡리프트Joblift는 2016년 독일에서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사라진 일자리 중 얼마나 많은 숫자가 향후 10년간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서 생겨날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수 있을지를 조사했다. 그 숫자는 고작 5퍼센트였다. 그중 절반은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높은 남부 지역에서 생길 것이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자동화기술에 관련된 전문인력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제1차 산업혁명과 제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광산업과 철강업에서 새로운 생산기법이 개발된 덕분에 해당 산업의 일자리가 열 배나 많아지리라고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 사람의 소득이, 또한 자존감의 중요한 부분이 전통적 개념의 직업에 달려 있는 한 ‘로봇은 인류의 적’이라는 인식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19세기 들어 섬유 생산이 기계화되었을 때, 나중에 러다이트Luddite로 불리게 될 직조공들과 방적공들은 전면에 나서서 새로운 기계를 부수고 공장을 태워버렸다. 대부분의 연륜 있는 수공업자들은 그동안 누려온 삶의 기반과 사회적 지위가 무너질까 걱정하면서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21세기의 러다이트들은 로봇이나 기계를 상대로 자신들의 분노와 좌절을 쏟아내지 못한다. 오늘날에는 공장도 교도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투표용지에 울분을 쏟아낼 것이다. 투표가 제기능을 하는 한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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