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적인 너무나 문 예적인]
사실 일본 문학은 늘 멀리해왔다. 일본 소설과 일본영화 모두 늘 2순위로 선택하곤 했었다. 그럼에도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을 손에 잡은 까닭은, 일본의 국민 대작가 나쓰메 소세키 때문이다. 벌써 10년 넘은 대학 신입생 시절, 말 그대로 늙은 & 노교수의 교양 강의에서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바운적이 있다. 이때 수업의 한 꼭지로 등장한 사람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였다. 현재에도 종종 일본에서 권위있는 순수만학상의 타이틀로 이름을 들을 수 있는 아쿠타가와상이다. 올해에는 편의점 알바 작가가 쓴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고 한다.
* 일본 문학 / 세계 문학에 대해 배경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마냥 거부할수는 없지 않은가? 천천히 읽어보면 퍼즐 맞춰가듯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야기가 쏙쏙 들어온다.
Ⅰ 창작에 대해
-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게으름을 피워서는 그 한계가 어디쯤인지도 알수가 없다. 그러니 다들 괴테가 될 생각으로 정진할 필요가 있다."
소싯적 글을 써본 사람은 이 문장이 얼마나 힘이 실린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글 / 문장에 대한 혼을 담아 글을 써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쓴 글과 남이 쓴 글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이 책에 나온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산문들 전부 "글"에 대한 이야기들로 문예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단편의 명수'라는 말처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글은 간결하고 깔끔해 군더더기가 없다.
Ⅱ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책에는 "골계미"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골계미란, "미적 범주의 하나. 자연의 질서나 이치를 의의 있는 것으로 존중하지 않고 추락시킴으로써 미의식이 나타난다. 풍자와 해학의 수법으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나 인간상을구현하며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준다."라고 하는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문장과 글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사실 이책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이 아니다. 소설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간 첫장부터 김이 빠질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독백과 비판 그리고 때론 염세주의에 가까운 회의가 가득하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그의 인생사를 엿볼 수 있는 산문집 이다.
Ⅲ 내가 만난 사람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울분에 차서 "모방"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억울함도 느껴졌다. 아쿠타가와의 생존당시,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모방"에 능한 사람으로 국한되어있었다. 모방만 할줄 아는 사람들. 하지만 아쿠타가와는 "제대로 모방을 한다면 모방보다 뛰어난 도구는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비단 소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 이지만, 그 당시에는 쉽게 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을것 같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우리나라 작가 이상과 정말 많이 닮아있다고 배웠다. 이 내용을 글로 배울때는 비슷한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이상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상의 작품 날개의 첫구절에 "박제된 천재를 아시오"가 의미하는 것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일본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 문학까지 문장과 글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평생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는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