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파이썬을 배우는 책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표준 라이브러리만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아직 파이썬을 배우지 않으신 분들은
이 책을 당연히 보면 안되겠죠~!
하지만 파이썬을 시작하신 이후로 뭔가 레퍼런스용으로 쓸 책이
필요하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책으로
그 용도를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이썬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이 혹시 있을까봐
링크를 하나 걸어두겠습니다.
http://www.python.or.kr/
쉽고, 멋지고, 화려하고, 스크립트 언어들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배우시길 추천합니다.
구매자의 의도와 저자의 의도
책 제목을 언뜻 보고 판단하기로는 표준 라이브러리에 있는 모든 함수들과 선택사항을 다루었으리라 짐작을 했다. 처음에 예상했던 모습은 빽빽이 글자로 들어찬 레퍼런스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참조서가 필요했다. 파이썬 퀵 매뉴얼을 번역하고 있었는데 용어 선정이 정말 어려웠었다. 그래서 한글 번역에 참조할 요량으로 나오자 마자...바로 구입을 했던 것인데...
부정적인 첫 인상
책두께는 400 페이지 조금 못된다. 뭐 그래도 글자로 빽빽하다면야... 목차를 보니 엄청나게도 많은 표준 모듈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훓어 보니 눈이 다 시원하다. 겉모습에서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가 버렸다. 거의 설명반 소스반이다. 엄밀히 이야기 하면 소스가 더 많아 보인다. 소스를 제외하면서 읽어가면 마치 소설책을 읽듯 그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냥 재미있자고 산책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었다. 밀집 정보가 없다면 나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다음은 서문에서 인용한 프레드릭 룬트의 저작 의도이다. 꼭 참조를 하자. 실망은 목표를 잘못 겨냥한 탓에서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년을 보내면서 매주 두 개 정도의 스크립트를 등록한 결과 쓸 만한 스크립트들이 제법 방대하게 쌓이게 되었고, 그동안 보냈던 3,000개 이상의 뉴스 그룹 메시지에서 선별하여 이 책에 수록했다. 여기에 덧붙여 표준 라이브러리를 충분히 보완할 만한 수 많은 스크립트도 새로 추가했다. 이런 스크립트들이 쉽게 이해되고,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주석은 짧게 하고, 코드에 무게를 두었다."
학습서로서의 내용
프레드릭의 말그대로였다. 잡다한 옵션을 설명하는 테이블도 없었고 그림도 없다. 메일링 리스트에서 흔히 보는 그런 종류의 글들이 그대로 책으로 출판된 듯 하다.
훓어보기
일단 한글이 참 적다는 느낌이 든다. 특별히 어색하거나 그런 문장도 없다. 단지 처음 책을 구입할 때 목표로 하였던 용어 선정에 조금 문제가 있다(물론 나의 관점하에서 말이다). 대표적으로 사실상 표준화가 되어 있는 "수입"이라는 단어 대신 "도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사용한 것을 보면 역자 나름대로 무언가 주장하는 바가 있을 듯 하다. 인터넷 타임 프로토콜을 설명하는 항목에서 rfc 규약을 그냥 원문으로 놓아둔 것은 조금 무성의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영어를 모르고도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스보기
어라, 빼먹고 읽은 소스를 보자,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멈추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탄하는 시간으로 말이다. 보통은 소스를 보면 연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건 파이썬 언어가 아닌가. 영어권 사람들이라면 그냥 보통 글을 보듯이 읽어 나가면 된다. 그래서 주석이 많이 붙어야할 필요도 없다. 레퍼런스가 아닌 튜토리얼이라고나 할까. 소스와 그 설명을 보면서, 그리고 거기에서 무엇인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느끼면서 처음 책을 보았을 때의 첫 인상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는 이 책을 쓴 프레드릭 룬트의 의도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인용해 두었던 저자의 의도가 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기능을 추구한 책
책을 사는 사람의 의도와 책을 쓴 사람의 의도가 서로 잘 맞아야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분명히 나의 의도에는 빗나갔지만, 책을 보고난 후의 느낌은 저자의 의도가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빽빽한 선택사항이야 한국어를 쓰는 우리와는 다르게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파이썬 매뉴얼을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 책은 원래 영어로 나온 거라는 것을 주목하자. 그러니까 이 책의 의도는 파이썬 표준 라이브러리 함수의 실제 사용예를 보여주는데 있는 것이다. 즉 그 기능을 충실히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이런 의도대로라면 이책은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엉뚱하게도 나의 의도를 저자의 의도에 기꺼이 맞추어 즐거운 마음으로 예제 코드를 타자해 넣어 보고 있다. 그래서 옵션이 아닌 그 기능을 몸에 익히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