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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경제학자의 영화관

한빛비즈

집필서

절판

  • 저자 : 박병률
  • 출간 : 2012-12-26
  • 페이지 : 368 쪽
  • ISBN : 9788994120492
  • 물류코드 :3057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4명)
좋아요 : 20
한 편의 영화는 거대한 경제학이다
《레미제라블》을 보는 동안 경제상식을 배울 수 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하고 출옥한 장발장. 은접시를 훔치다 경찰에게 잡히지만 따뜻한 신부의 용서와 배려로 은촛대까지 선물 받고 새 사람이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 짤막한 이야기 뒤에는 장발장이 기업가가 되고 사랑을 나누고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자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사이공>과 함께 4대 뮤지컬로 불리는 《레미제라블》은 관용에 대해, 신념에 대해, 혁명에 대해 묵직한 감동을 던진다. 만약 경제학자라면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장발장이 빵 한 조각을 훔쳐야 했던 이면에는 19세기 극심했던 빈부격차가 담겨 있다. 빈부격차가 얼마가 심한지는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상위 20퍼센트의 소득을 하위 20퍼센트로 나눈 수치)로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출옥한 장발장을 피하는 데는 ‘확증편향’이 영향을 미쳤다. 범죄자는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다. 장발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공장을 운영하면서 큰돈을 번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창조적 파괴’를 한 것이다.

시장이 된 장발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도덕적 인센티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빵 한 조각마저 구할 수 없던 99퍼센트의 서민들은 결국 프랑스혁명을 일으킨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 프랑스혁명은 곧 ‘블랙 스완’이다. 프랑스혁명에는 날품팔이를 하던 아이들, 거리를 방황하던 노인들도 앞장선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에 의해 필연적으로 무너진다고 주장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떠오른다.

이처럼 영화 《레미제라블》은 한 편의 거대한 경제학이기도 하다.

경제는 인간과 인간의 접점에서 일어난다. 영화는 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투영한다. 따라서 영화 속 배경은 경제환경을 떠날 수 없으며 영화 속 인물들은 경제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경제학에 의해 움직였다. 내면의 검은 욕망을 꺼내 블랙 스완이 된 니나, 확증편향을 깨기 위해 먼 길을 떠난 칸, 18세 여자아이에 의한 넛지효과로 삶을 자극받은 노시인 이적요, 진짜 행복을 위해 차선이론에 함몰되지 않고 최선을 택한 마라토너 주만호 등은 모두 경제학이 짜놓은 시놉시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듯 보인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심리가 인물들을 이끌어가고 경제학이 관객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학자의 프레임을 끼워라, 또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첫사랑은 왜 애절할까? 저자는 <레터스 투 줄리엣>을 통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때문이라고 말한다. 펀드매니저 상용이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찾는 것은 ‘비교우위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타이타닉>은 1등석 로즈와 3등석 잭의 이야기다. ‘가격차별’이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광해>가 대동법을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부자증세"가 있다. ‘세테리스 파리부스’ 즉 모든 조건이 동일했다면 <부러진 화살>의 김경호 교수는 재판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을지 모른다. <완득이>의 똥주선생은 수업시간에 ‘마르크스경제학’을 가르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가져가니 가난은 완득이의 책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은 양파 값이 너무 올랐다며 짜증을 낸다. 정인의 외로움은 엥겔지수를 높인다. <세 얼간이>들은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져 줍니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영화에는 경제사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떻게 터졌는지 궁금한가? 다큐멘터리로 보려면 <인사이드잡>이 좋고, 영화라면 <월스트리트>에 답이 나와 있다. 세계경제의 역사를 바꿔놓은 ‘대공황’은 <아티스트>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화폐전쟁의 역사는 <푸른 소금>을 통해 알 수 있다.
박병률 저자

박병률

어느 날 뮤지컬과 영화를 보다 문득 든 생각. “어? 저건 경제학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그때부터 영화 속 경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썼다. <주간경향>에 2년간 연재하고 있다. 1999년 부산지역 신문사인 <국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2008년 <경향신문>으로 옮겼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경제부 기자를 지냈다. 2012년 정치부로 옮겼고, 2013년부터 다시 세종시의 경제부처에 출입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증권사 등 여의도 금융권을 출입했다.
저서 《부산에 관한 스물두 가지 발칙한 상상》이 있다.

저자의 말 | 경제학은 한 편의 거대한 영화다

 

1장. 영화의 줄거리는 잘 짜인 경제학이다:영화 속 경제원리

 

첫사랑은 경제원칙을 벗어난다 -<레터스 투 줄리엣> 

희소성은 지켜주어야 한다 -<라푼젤> 

가격은 공정하게 차별되어야 한다 -<타이타닉> 

법은 경제학적이어야 한다 -<부러진 화살> 

잘하는 것과 덜 잘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시라노 연애조작단> 

뇌물에는 승수효과가 있다 -<범죄와의 전쟁>  

집단이기심은 비극을 부른다 -<별을 쫓는 아이>

 

2장. 영화 속 인물들은 경제학적으로 움직인다: 영화 속 경제심리

 

발생 가능성 0.1퍼센트, 세상을 뒤엎다 -<블랙 스완> 

편견, 비경제적으로 내몰다 -<내 이름은 칸> 

역사에 남을 게임, 사람들을 불러 모으다 -<퍼펙트 게임> 

고독한 커피 한 잔, 첫사랑을 기다리다 -<만추>  

넛지, 삶의 열정을 되찾게 하다 -<은교> 

다수결, 함정을 만들다 -<의뢰인> 

 

3장. 영화의 흐름은 곧 경제의 흐름이다 : 영화 속 경제사

 

자본주의는 진화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 

가난은 결코 네 책임이 아니야 -<완득이> 

소금은 화폐의 시작이었다 -<푸른 소금> 

경제학을 알려면 대공황을 연구하라 -<아티스트>

금융위기의 진실을 추적한다 -<인사이드 잡> 

무엇이 주식시장을 망치는가 -<월스트리트> 

기업가정신이 경제를 자극한다 -<헤어드레서> 

 

4장. 영화는 뜨거운 현실의 경제를 반영한다 : 영화 속 현실경제

 

진정한 왕은 무엇을 고민하는가 -<광해, 왕이 된 남자> 

생이 파산한 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화차> 

불을 지른 것은 누구인가 -<제인 에어>

진짜 남길 것은 돈인가, 사랑인가 -<톨스토이의 마지막 여정> 

무엇이 내부를 터트리게 하는가  -<도가니> 

누가 기업을 위험에 빠트리는가 -<대부> 

이것은 경제문제인가, 노동문제인가 -<방가? 방가!> 

 

5장. 영화 속에는 숫자의 징조가 나타난다 : 영화 속 경제지표

 

외로움, 엥겔지수를 높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행복, 숫자와 다른 길을 가다 -<세 얼간이>

이별, 손해를 셈하게 하다 -<이프 온리>

GDP, 사각지대에 숨다 -<세상의 모든 계절>

경제학, 마음에 신호를 보내다 -<호우시절>

실직자, 통계에서 밀려나다 -<코파카바나>

공포, 지수로 드러나다 -<남극일기>

"그러므로 경제의 본질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우리 일상이 곧 경제니까요. 다만 처음부터 수식 가득한 책을 들여다보면 어렵습니다." 저자의 말 속에 담긴 지극히 공감이 가는 문구다. 우리의 삶 자체가 경제활동인데 이제껏 우리는 교육기관에서 입시용으로 배운 경제학은 복잡한 개념과 어려운 용어를 암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경제학자의 영화관"은 경제상식을 대중 매체 특히 영화해설을 통해 독자들을 쉽게 이해시킨다 평론가가 입장에서 경제면을 강조한 영화평이라고나 할까. 이제 주말이면 자녀들과 "호빗"을 보거나 우리의 부모세대와 함께 "베를린"을 감상 후 서로의 느낌을 얘기하는 엘리베이터 안의 풍경이 낯설지 않고 일반화 되었기 때문에 저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삶의 희노애락이 있는 영화를 통해 경제에 쉽게 접근 하고자 한 아이디어는 특이하다.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화의 줄거리와 인물, 흐름 등의 큰 분류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경제개념을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봤던 영화 내용 속에서 경제상식을 나열하다 보니 읽고 나서도 잘 잊혀지지도 않는다. 또한 매 영화에 대한 경제이야기 끝부분에 ‘B컷 경제이야기’라는 코너를 통해 경제용어에 대한 심도 있는 상세설명을 덧붙여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책 맨 뒷부분의 색인된 ‘경제용어찾아보기’를 통해 용어 찾기를 쉽게 해 놓은 부분도 장점이다..

책 두께에 조금은 부담감을 안고 있었지만, 총 35편의 영화를 읽는 동안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유가 이미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해서는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되짚어보게 되는 계기로,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해서는 앞선 줄거리와 경제상식에 대한 힌트를 통해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마치 기분 좋은 영화 한편을 보고 난 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과 경제를 사랑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내 책장의 경제학 멀티플렉스! – 경제학자의 영화관

0. 경제는 일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출판 경향을 살펴보면 대중들의 ‘지식’에 대한 욕구가 크게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예전에 기피되었던 경제/경영 도서를 비롯하여 심리, 통계, 물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양서적이 출간되어 소비자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경제학자의 영화관> (이하 영화관) 역시 경제를 어렵게 느끼고 있는 대중들이 영화 속 여러 상황들로부터 경제용어나 상황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쓰여진 책입니다. 기자인 저자 역시 처음에는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자신의 어려움을 돌이키며 대중매체 중 가장 쉬운 영화에서 지름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또한 경제학은 ‘일상의 학문’이라는 저자의 생각 역시 영화를 대상으로 경제를 써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일 것입니다.


1. 팝콘처럼 커지는 경제지식

이러한 관점에서 <영화관>은 매우 쉽게 읽혀지는 책입니다. 대부분 최근 상영되었던 영화나 유명한 영화들에서 사례를 찾아 경제와 1:1 매칭을 통해 독자들을 이해시키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시라노 연애조작단’ 에서 펀드 매니저인 상용이 일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비교우위론 및 선택과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상용이 연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에 자신을 일을 하게 된다면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되기에 시라노 에이전시에 일을 맡기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도 경제학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대동법의 시행과정에서죠. 증세 혹은 감세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현재 프랑스의 증세 조치로 인한 일부 부유층의 국적 변경 등과 관련된 논란도 알 수 있습니다. 부자감세가 맞느냐 버핏세 징수를 통한 부의 분배 어떤 것이 맞을까요?

두 가지 사례 이외에도 40여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경제용어나 상황에 대해 <영화관>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 상 가득한 한정식을 맛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굳이 처음부터 정독하지 않아도 되고 찾아보기를 통해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바로 찾아보게 되어있는 것 등 독자에 대한 배려 역시 충분한 편입니다.


2. 가자미가 되어라!

만화 슬램덩크 북산과 산왕의 경기에서 채치수는 상대 센터 신현철에게 막혀 고전을 합니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 팀을 이끌어나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이것 저것 하려다가 자신도, 팀도 무너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죠. 이런 그에게 그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변덕규는 말합니다. ‘진흙투성이의 가자미가 되라’고 말이죠. 모든 것을 다 잡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도 때때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관> 에서 아쉬운 것도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책이 전반적으로 약간 산만하다라는 걸까요? 챕터 구성이 되어 있지만 개연성이 떨어져 읽는 동안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중요 사건이나 사항 별로 챕터를 구성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대공황’에 대한 챕터를 만들어 그 때 당시를 다룬 영화들과 현재의 경제위기를 연관시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비교해 주었더라면 여러 경제서적 중 하나가 아닌 단 하나의 선택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일주일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동 출판사에 출간된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추천드립니다!

단순히 즐겁다, 유쾌하다, 슬프다, 재미없다, 박진감 넘친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다, 스토리가 탄탄하다, 스토리가 부실하다, 재미있다라는 단편적인 말로 종합 예술 장르의 하나인 영화를 보고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수십, 혹은 수백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어떻게 보면 집단 지성과 집단 예술의 산물인 영화에 대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어 배우 열나 잘생김"이라는 식상한 감상평을 남기는 건 어찌보면 작품에 대한 예가 다 아닌 듯하다. 하물며 재미가 없어도 어떤 면에서 재미가 없었는지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영화를 제대로 감상한 것이나 할까?
고유의 생각의 프레임을 지니고 영화를 보고, 이를 단편적인 글로 무엇인가를 남기는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멋이 있다. 문체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볼 때 어떤 시각과 가치관을 중요시하는지가 느껴진다. 스토리, 감독의 사상, 배우들의 연기 스펙트럼, 화려한 영상미, 혹은 영화에 삽입된 BGM 등에 주목하면서 글을 써내려가기도 하며,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재조명하여 영화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이끌어내려는 다양한 종류의 리뷰와 칼럼을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박병률의 "경제학자의 영화관"은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극중 캐릭터와 스토리에서 경제학의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설득력있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콘텐츠 구성

총 5개의 챕터에서 각각 7개의 영화, 총 35개의 영화 속에서 경제학 코드를 읽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영화 속 경제원리 : 영화의 배경이나 영화 속 설정으로부터 경제사를 가볍고 재미있게 훑어보기도 하고,
영화 속 경제심리 : 영화 속 스토리의 매개체가 되는 소재로부터 경제원리를 쉽게 풀어내기도 하고,
영화 속 경제사 : 영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여 경제심리를 설득력있게 파헤치기도 하면서,
영화 속 현실경제 : 영화 속 인물들이 맞딱들인 현실에서 경제를 읽고 영화의 무대와 상황에서 경제를 논하면서도,
영화 속 경제지표 :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숫자나 그들이 처해진 경제 상황에서 숫자코드를 읽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는 "경제 프레임"이라는 하나의 연결된 고리 안에서 공통 분모의 재발견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의미로 일맥상통한다. 등장인물, 극의 전개 방식, 시대적인 배경이 각기 다른 영화에서 공통점을 찾아서 하나의 단원으로 엮어나가는 저자의 재치있는 센스가 기가막히기도 하거니와,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명장면이나 대사, 혹은 특정한 시대의 모습을 통해 경제학의 단편적인 지식부터 깊이 있는 지식을 넘나들면서 독자들에게 경제를 피부에 와닿을 수 있게 설명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독자들에게 더 유용한 가치를 뽐낼 수가 있을까?




이런 독자들에게 "경제학자의 영화관" 추천한다

총 35개의 영화 중에서 직접 본 영화는 18개, 영화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으며 예고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해 본 영화는 총 8개로, 익숙한 영화는 35개 중 26개였다. 그래서 26개의 단원에 대해서는 경제사든, 경제 용어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나 수월했다. 저자가 짚고자 하는 영화 속 맥락이나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인지한 상태에서 경제학적 프레임을 덧씌워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십 번 본 영화를 3D안경을 끼고 보는 느낌이랄까? 머릿 속에 그려진 영상 이미지를 3D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스토리를 새롭게 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 스토리의 골격 내에서 경제학적인 상관관계를 찾아 사건의 계기에 대한 경제학적 심리/행동을 엿본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애절하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에 비해 첫 사랑은 확실히 심장 한 켠에 남는다. 왜일까? 경제학자들은 이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첫사랑이 왜 아련한지에 대해선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처음이니까, 첫사랑이니까, 그 후 내가 하는 모든 사랑의 기준이 되니까라는 약간은 모호하면서도 두루뭉술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멋드러진 말로 첫사랑이 더 아련한 이유를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아! 하면서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올렸지만 사회전체적으로는 부가 축소되는 부작용을 "로빈후드 효과"라고 한다. 의적 로빈후드는 탐욕스런 귀족이나 부자상인들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나눠줬다. 처음에 서민들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재산을 빼앗긴 귀족들은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받았고, 상인들을 아예 마을을 떠나버렸다. ... 로빈후드는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 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더 커진 것이다.
=>영화 속 로빈후드의 행위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이 커지는 모습을 재조명하여,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올린 세금으로 사회 전체적인 부가 축소되는 부작용이 일어나는 현상을 아주 간결하게 표현한다. 산재되어 있는 경제학에 관한 모든 것이, 혹은 그에 준하는 지식과 그 활용 방안들이 여러 단원에 거쳐서 펼쳐져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영화 스토리를 근간으로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에 영화를 먼저 보지 않고서는 손쉽게 경제에 대한 이해를 해볼 수는 없다. 책을 읽다가 아직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접해보지 못한 영화 9편에 관한 단원은 읽다가 그냥 과감히 포기했다. 스토리 골격조차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아무리 읽어도 깊숙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느낌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녕 이 책을 통해 경제에 관한 기본 상식을 기르면서도, 다른 시각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배로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영화를 먼저 보고난 뒤, 이 책을 접해야 한다.




경제는 어려워, 무조건 싫고 불편하고 내키지 않은 이들을 구원해줄 책

기본적으로 영화를 무진장 좋아하지만서도 경제라면 머리부터 흔들어대면서 무조건 싫다고 하는 이들에게 강력추천하는 바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각종 경제 관련 용어가 난무하면서 중세시대 이전의 경제 상식까지 꿰뚫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경제관련 기사는 되도록이면 보지 않는 이들에게 서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키와 같은 책이랄까? 사실 경제를 다룬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저자의 재치있는 비유와 쉽게 써놓은 글이 더더욱 돋보였다. 물론 내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버린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외의 부분에서 얻어가는 것들이 많으니 가장 기초적인 경제 상식을 쌓고 또 이해하는 데 쉬운 서적인 건 틀림없다.

사실 이 책 어떻게 보면 상당히 두껍다. 그런데 그 두꺼운 두께에서 영화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기 때문에 영화:경제 = 50:50으로 봐도 무방하다. 대사 속에서, 혹은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제사를 논하고, 행동 경제학을 짤막하게 언급한다. 사실 이 책이 학문적으로만 접근했더라면 난 분명히 단 한장만 보고 책을 덮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스토리에 경제를 곁들인다. 마치 쓰디 쓴 샐러드에 곁들인 드레싱과 함께 멋진 샐러드 만찬을 즐긴 느낌이다. 영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을 선택한 것인지, 경제를 재미있게 공부해보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 건지 헷갈린다. 둘다 비중있고, 두 파트가 모두 재미있다. 그래서 더더욱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만약 비싼 커피점에서 비싼 커피를 사먹는 이유가 "난 부자라서 이렇게 비싼 커피도 사먹는 거야"라는 것이라면 베블런효과다. "여기서 커피를 사먹으니 나도 부자가 된 느낌이야."라고 생각한다면 파노블리효과다. "난 너희들과 달라서 다른 커피를 사먹어"라고 생각한다면 스놉효과다. 각기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로 볼 때 파노블리효과, 베블런효과, 스놉효과는 모두 과시적 소비를 설명하는 심리현상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학문을 탐구하고, 또 연구하는 이들이 조금 더 어렵고 심난한 주제를 파고들어 새로운 가치를 양산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업적을 남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영역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둘 수 있도록 쉽게 쓰고, 쉽게 풀어내는 것이다. 자기들끼리는 다 아는 용어, 개념을 일반인들이 이해할만한 수준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걸 과연 그 영역의 대가, 혹은 도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각기 다른 레벨로 개념을 설명한다는 건, 진짜 그 분야의 전문가, 혹은 그에 준하는 전문가라는 말씀. 경제부기자를 거쳐서 과학저널니즘대학원 프로그램까지 마친 저자야말로 쉬운 말로 풀어쓰는 경제학의 대가가 아닐는지.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자면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한빛비즈)가 순위에 들어있다.

두 명의 KDI 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학/신화/공연/예술 등의 다양한 인문 분야 이면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관점을 논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통섭과 융합이 유행이 되기 시작하면서, 경제학과 인문학이라는 전혀 별개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네 삶’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서 두 이질적 분야를 하나로 재해석한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읽고 간략히 느낌을 적어 둔 적이 있는데 (http://eugenepark.tistory.com/202)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했었다.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들 + 누락된 개념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정해서 <네티즌의 경제학 서재(가제)>와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주제로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을 텐데. ‘Dark Knight’에서의 게임 이론, ‘철의 여인’에서 드러난 영국의 경제위기 등등……


그런데, 나의 그런 바램은 이미 <경향신문>의 박병률 기자가 3년 전부터 ‘영화 속에 숨은 경제’라는 이름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고, 드디어 그 중의 일부를 새롭게 엮어 책으로 출간하였다. 바로 “경제학자의 영화관”이 그 책이다. 경제부 기자를 지내고 현재는 세종시에서 경제부처 출입기자로 활동 중인 박병률 기자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영화라는 대중 미디어를 통해서 경제 상식과 함께 경제학자의 프레임을 알려주고자 본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크게 5개의 챕터 속 35편의 영화로 구성된 이 책은 경제와 경제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쉽게 읽힐 수 있게 쓰여졌다.

1장 영화 속 경제 원리는 영화의 줄거리가 곧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론(예를 들어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희소성’의 개념부터, 절대우위 vs 비교우위, 가격 차별성 등)을 논한다. 2장 영화 속 경제심리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합리성 또는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3장 영화 속 경제사에서는, 자본주의 4.0에 이르는 과정, 화폐의 시작, 대공황의 여파, 주식 버블과 붕괴 등 역사적/경제적 사건이 배경이 되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장 영화 속 현실경제에서는 경제 이론/심리/역사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 묘사되는 현실과 경제적 가치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5장 영화 속 경제지표에서는 한발짝 물러나서 영화 속 인물, 시대, 사건 등을 경제학적인 지표(예를 들어 GDP, 엥겔지수, 고용통계 등)로 설명하면서 신문의 경제면에 나오는 각종 숫자가 결국 우리 삶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각 영화의 마지막에는 ‘B컷 경제이야기’가 1~2장 정도 덧붙여 있다. 본문에서 다룬 개념을 바탕으로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하거나, 곁가지에 해당하는 가십성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독자에게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마 정식 지면 기사에서는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은 책 본문과는 별개로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인상은 흥미로웠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상식을 영화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영화의 해석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해야 할까? 많은 영화 평론이 원작자(감독/시나리오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서 해석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일부 그런 부분이 보였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읽다보면 어느 샌가 ‘음…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감독과 작가가 경제학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 책의 핵심 주제대로 경제(학)이란 결국 현실에서 뗄 수 없으며, 영화는 현실을 묘사하고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영화의 흐름은 경제(학)적으로 거의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 보다 직접적인 이유로 – 기자라는 저자의 핵심 역량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글을 설득력 있고 맛깔 나게 썼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 박사가 이러한 책을 썼다면 아무래도 훨씬 이론적이면서 딱딱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물론 교수님들 중에서도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분들이 있지만 (예를 들어, 정재승 교수나 최재천 교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안타깝게도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글을 잘 쓰는 경제학 교수는 적어도 내 짧은 식견으로는 아는 바가 없다 (덧, 경제학은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경제학자의 글쓰기 역시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와 관련하여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저는 경제학자만큼은 경제를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보다는 조금 더 압니다.
저는 영화평론가만큼은 영화를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 학자보다는 조금 더 압니다.”


통섭과 융합은 모든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보다는 오히려 얕지만 넓게 아는 지식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영화를 즐기며, 직업적으로 경제를 다루는 사람이, 글쓰기라는 역량을 발휘해서 만든 이 책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와 본 책을 이어 이러한 성격의 책이 계속 시리즈로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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