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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편집자 Choice

만화라서 다행이고 고마운 책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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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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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원

784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한빛비즈

만화라서 다행이고 고마운 책

 

나는 여성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영화나 소설을 잘 보지 못한다. 마치 내가 당한 일처럼 느껴져 후유증이 크게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차별의 역사’라니. 무려 역사다. 한 두 가지 주제만 나오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조금 걱정됐다. 읽으면서 마음이 괴로워지는 류의 책이 아닐까. 하지만 귀여운 그림체, 불필요한 감정적 묘사 없이 객관적으로 전개된 본문을 검토하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재밌었다. ‘쫄보’인 나도 객관성을 유지한 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온도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 책의 1차 독자는 철저히 나 자신이었다.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자 행운이었다.

 

 

새로운 방식의 역사책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차별의 근원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파악하고, 분노하고, 싸우는 것만으로 바쁘기 때문일까. 사실 나조차도 그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이유를 묻는 움직임은 소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나 가능했다. 하지만 좀체 논쟁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다른 방식으로 거세지기만 했다. 가라앉고 나서 해야 할 게 아니라, 조금 가라앉히기 위해 해야 할 이야기였다.

 

“페미는 돈이 된다”라는 말이 어느새 당연해졌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시류에 편승해 돈 벌려고, 잠깐 화젯거리가 되기 위해 이런 책을 출간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하지만 에이전시에서 이 책을 처음 소개해줬을 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역사책이다. 지금껏 다뤄진 적 없던 방식과 내용으로 엮인 역사. 그렇기에 꼭 알아야 할 역사. 왜 이런 역사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 그리고 대답하는 것 역시 이 책이 수행한다.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던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좀 더 뚜렷해졌다는 수확은 덤이었다. 

 

이걸 본다고 차별받는 내 일상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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