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
2019-04-16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 모든 곳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알고리즘, 하지만 우리는 알고리즘에 관해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이 책은 대중 예술과 IT 서비스 및 기업 등 익숙한 사례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알고리즘의 의미를 탐구한다. 알고리즘의 기원부터 알고리즘적 상상력, 알고리즘의 미학까지, 수학 논리로만 생각했던 알고리즘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필 수 있다.
원시 인간에게 마법은 여러 의식적 행위와 신념, 그리고 중요한 추격이나 치명적 상황이 있을 때마다 위험한 간극을 메꿔주는 확실한 정신적, 실제적 기법을 공급해주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니 서문에서부터 굉장히 머리가 버벅대는 것을 느꼈다. 단어 하나하나부터 문맥, 인용까지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컴퓨터 전공 과목을 들으려고 했는데 인문학 교양을 잘못 신청하여 중간고사 전 드랍을 고민하는 느낌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거리감이 느껴졌다. 철학이나 인문학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고, 심지어 인용되는 문장이 많은데 그 배경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해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이 힘들었다.
서맨사에게 탐구의 여정은 시어도어에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서맨사는 점차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시어도어의 신체적, 지적 존재에서 멀어져 간다.
시리부터 시작해서 그녀라는 영화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녀라는 영화는 남자 주인공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왠지 모르게...) 평이 좋아서 예전에 한번 보다 중간부터는 못 봤다. 약간 지루한 전개라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서맨사(사만다...?)는 아주 탐나는 OS였다. 시리와은 비교가 안되는 어시스턴트였다. 다 보지도 못한 영화 내용을 이 책에서 스포일러를 봐버린 건가?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AI가 정말 인간다운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인간을 초월하고 인간을 벗어나려 하지 않을까? 그럴 의지만 있다면 인간보다 월등히 많은 연산 속도와 지식을 검색할 수 있는 그것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 머신의 설계자, 추상화의 보호자조차 왜 특정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추상화를 통해 특정 종류의 지식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이야기를 보면, 시스템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페리 메이슨 현상이라고 하는데, 기계에 복잡성을 더할수록 뜻밖의 결과(재미)가 더해진다고 한다. 이런 뜻밖의 결과는 인간이 제어할 수 없고 설명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머신 러닝으로 학습한 결과를 시뮬레이션 했을 때, 결과는 명확히 존재하지만 과정을 설명하기 복잡하다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계산에 있어서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 쉽게 친숙해지지 않는 게 아닐까?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이 있다면 나중에 스카이넷 같은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상상해보면 좀 섬뜩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계보다 인간이 훨씬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대중문화를 창조하는 창조적 프로세스에 알고리즘을 활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넷플릭스를 가끔 보는데 추천 항목에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자주 눈에 띄었다. 아직 보지는 않았다. 이 드라마는 최초 구성부터 공개까지 전부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 알고리즘에 모든 걸 맡겨버리고 제작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감독과 제작진에게 일임하고 나니 오히려 감독 주의라는 인간적인 가치를 지원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인 것 같지만, 참으로 신기하다. 마치 결과(잘 될)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손을 떼고 제작을 위임하니까 최고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 같은 복잡한 마음이다.
알고리즘 계산에 대한 부분을 추상화라는 단어로도 표현하고 있다.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은 내용이었지만 우버 시스템의 지도와 GTA 게임의 맵과 닮았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냥 지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인데 다를 게 있을까? 우버든 티맵이든, GTA든 와우든 지도는 그냥 지도인 것 같다.
인터넷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의사소통이었다면, 비트코인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이다.
이 책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과, 인간이 욕망하는 것이다. 미래에 인간은 과연 무엇을 욕망하고 있고 무엇을 프로그래밍하게 될까? 책이 어려워서 저자가 의도하는 주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많이 부족했지만, 작은 주제마다 한번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개발자로서 알고리즘이라는 것에 대해 인문학적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책을 좀 더 읽고 교양이 더 쌓이면 한번 더 읽어 보고 싶다. IT 발전 속도를 볼 때, 과연 그렇게 지식을 쌓을 때까지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큰 의미를 남기고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