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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독자리뷰

실낙원, 행복한 프로그래밍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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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1

행복한 프로그래밍: 컴퓨터 프로그래밍 미학 오디세이

책의 제목에 ‘프로그래밍’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대개 기술적이거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행복한 프로그래밍’이라는 제목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프로그래밍’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행복한’이라는 형용사이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특정한 기술이나 전공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 속에 들어 있는 미학(美學)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프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 저자 : 임백준
  • 출간 : 2003-05-16
책에 대한 반응들은 주로 긍정적이다. 극찬으로 보이는 것도 몇 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쓰려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극찬과는 좀 다른 것이다. 작가의 재담, 이야기를 풀어가는 정감에 대한 칭찬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용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감한다. 문제는 ‘행복한 프로그래밍’의 반대편, ‘절망’에도 공감하는데 있다. 여기서 절망은 프로그래밍의 절망이 아니라 프로그래머의 절망(35세가 프로그래머의 정년이고, 개발이 노가다에 가깝다는 것)이다.



저자 임백준씨는 학부전공이 수학과이며, 삼성SDS에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현재 유명 외국 기업에 다닌다. 왜 그는 유학을 가게 되었을까? 그리고 학업을 마치고, 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 남았을까? 그가 졸업 후, 바로 한국으로 들어왔다면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나도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SDS에 다녔고, 다음 달이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래서 그의 생각이 더 궁금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그래밍은 분명 창조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이 책의 맛깔스러운 글들을 읽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그들의 세계엔 영웅도 있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보통 사람들에겐 마법처럼 느껴질 성취감도 있다. 얼마 전부터 책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이 책은 낙원이 주는 따스함, 동경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것의 상실이 주는 반항심도 유발한다. 아직도 프로젝트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고객들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에 시달리는, 이 땅의 이름 없는 많은 프로그래머가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옆의 동료와 NP Complete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그런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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