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배달 온 책을 열어보기 전에 많은 후회를 했다. 예전부터 수학은 정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포장을 뜯자마자 보이는 표지 제목부터가 날 당황하게 했다. Algebra(대수학)이라니!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터라, 일단 대수학이란 단어 자체가 뭘 의미하는 지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가만히 노려보고 있자니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단어였다. 먼 옛날 대학교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Linear Algebra(선형 대수학)이란 과목이 떠올랐다. 시험 전날 쪽집게 특강을 해주신 조교님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권총(F)에 가까운 학점이 나왔을 것이 틀림없던 과목이었다. 바로 거기에 대수학이란 용어가 들어있었다.
한 학기 내내 수업을 전혀 못 알아들었던 멋 옛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이 책은 전혀 내가 생각했던 난해한 수학기호로 가득한 책이 아니었다. 일단 맨 첫 장부터가 그랬다. 대수학이란 무엇인가부터 대단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즉, 5 * x = 100 에서 x가 미지수이며, 대수학은 이 미지수라는 걸 찾는 학문이라는 걸 설명하는데 무려 한 챕터를 들인다. 그래서 첫 챕터를 다 읽고는 '아,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내가 학창시절 수포자였다고 해도, 5x = 100 이라는 공식에서 x = 20 이 답인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챕터를 계속 진행하면서 이 책의 특징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Head First 시리즈는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흥미를 끄는 다양한 예제들을 담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암기가 아닌 이해에 목적을 둔다. 독자로 하여금 '왜?'에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도 동일한 서술방식을 취한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충분히 활용하여 체험적 이해를 돕는다. 책 소개를 인용해보자면, [이차방정식, 선형 & 비선형방정식, 근의 공식을 활용하여 투석기로 목표를 적중하고 멋진 락밴드의 수익 창출에도 일조]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용이 얼마나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웠던지 꽤 두꺼운 550페이지짜리 책의 완독까지 2주밖에 안 걸렸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써있는 공식을 그저 외우기만 했던 내 학창시절에도 이런 종류의 수학책이 있었다면, 나도 수학을 정말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이렇게까지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기가 얼마나 힘든 지 생각해보면 이런 교재가 예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다.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중학교/고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수학을 웬만큼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외국에서는 2009년에 출간된 책이, 국내에서는 2016년 말에야 번역이 완료되었는 지도 모른다. 다만, 이 책은 대수학이 어떻게 출발을 했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이후에 어떤 문제 해결에 사용될 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강점을 가진다. 수학이 필요하지만 공부하기는 싫은 수포자들에게 지적인 흥미를 돋궈주는 첫 단추로는 아주 적절한 수학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