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은 성능과 관련된 많은 기술적인 부분들을 추상화시켜서 꼭꼭 감춰둔 언어이다. 그래서 코딩을 하다보면 과연 지금 내가 이 개념을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인지, 내 접근방식은 정말 효율적인 것인지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해 좋은 해답이 되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컴퓨터 시스템과 파이썬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파이썬의 느린 속도에 대한 해법으로 거론되는 Cython, numpy, PyPy같은 대체 기술들을 살펴보며 멀티 프로세싱과 동시성, 클러스터링까지 포괄하는 넓은 범위의 성능 이슈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많은 기술들을 넓고 깊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은 좋았지만, 파이썬에 대한 기초가 약한 나머지 이해의 벽에 부딪히는 부분들이 상당수 있었다. 또한, 개발머신으로 윈도우를 사용하는 터라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맥, 리눅스) 기준으로 설명된 그림이나 예시는 조금 아쉬웠다.
좋았던 점을 꼽자면 번역이다. 이 책의 한글 번역은 매우 매끄럽다. 역자 김영근님은 현재 파이썬 소프트웨어 재단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다른 역자인 오현석님은 전산학을 전공하고 호주에서 거주하는 전문 IT 개발자/번역가이다. 역자들은 파이썬 자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장점을 살려 책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잘 읽히는 문장을 구성했다. 특히 예제 소스코드와 설명을 원서와는 달리 모두 파이썬3로 변경하여 현재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파이썬은 구조적으로 성능이 느린 부분이 있지만, 다른 많은 장점을 통해 이 단점을 상쇄한다. 사용자가 파이썬 자체의 구조/성능상의 병목과 이를 피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더 빠르고 확장성이 뛰어난 해법을 구하기가 쉬울 것이다. 국내외 서적을 통틀어도 이렇게 파이썬의 성능 향상에 집중된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은 드물기에, 잘 정리된 중고급서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