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drm***
2026-03-26

개발의 무게를 덜어내고 본질만 남기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데이비드 토머스가 제안하는 지속 가능한 코딩을 위한 미니멀리즘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솔직히 '또 클린 코드 책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방향이 달랐다. 더 잘 짜는 법이 아니라, 덜 짜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의존성 챕터였다. leftpad 얘기가 나오는데, 11줄짜리 코드를 직접 쓰는 대신 라이브러리를 찾아 설치했던 나의 비슷한 경험이 거기 있었다. 나도 별 생각 없이 npm install을 치면서 '검증된 거 쓰는 게 낫지'라고 합리화했던 기억이 났다. 책은 그걸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멈춰서 한 번 물어보라고 한다. "이 의존성이 내 미래의 나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프레임워크 챕터도 비슷하게 와닿았다. 빠르게 달리는 열차에 올라탄 느낌, 근데 내릴 수 없는 느낌. 예전에 특정 프레임워크에 코드베이스를 깊이 묶어놨다가 API가 바뀌면서 수십 개 파일을 손댄 경험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책에서 말하는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덫'이었다.
회의 챕터도 인상 깊었다. "굳이 회의가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이 당연한 듯 나오는데, 내가 요새 그런말을 많이 하는것 같기도 하다. 그냥 캘린더에 잡히면 들어갔고, 끝나면 뭘 결정했는지 모호한 채로 자리로 돌아왔다. 책을 읽고 나서 다음 번 회의 초대를 받았을 때 처음으로 "이 회의의 목표가 뭔가요?"를 물어보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미학이 아니라 태도다. 코드를 덜 쓰고, 의존성을 덜 추가하고, 회의를 덜 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건 자동화하는 것. 그게 게으름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내 코드베이스와 내 하루 일과가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