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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2

크래프톤, 넷마블, 컴투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를 두루 거친 베테랑 게임 기획자 ‘유리링’이 알려 주는 ‘게임 시스템 기획자의 일’
"AI 시대에서 우리는 모두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요즘 시대에서 흔히들 하는 말입니다. 기획만 하면 만드는 건 모두 AI가 해주니까요. 코드를 짜는 것도, 디자인을 하는 것도, 심지어 음악을 만드는 것까지. 도구의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이고, 이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이냐"가 진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물론 AI가 어디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AI+AI 조합보다 결국 인간+AI 조합이 인간에게 선택받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의 의도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왜 이걸 만들어야 하는지", "이걸 경험하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지"를 스스로 정의하지는 못합니다. 그 방향을 잡아주는 것, 그게 바로 기획의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 처음 읽은 책은 유리링의 "실전 게임 시스템 기획"입니다.
유리링이라는 이름은 게임 기획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유튜브에서 게임 기획 강의로 꽤나 유명한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나오니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영상으로 흩어져 있던 지식이 체계적으로 묶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고, 실무에서 바로 참고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여러 가지 게임에 대하여,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라도 시스템 기획에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벤토리 하나를 만드는 데도 아이템의 분류 체계, 정렬 방식, 무게 제한, UI 배치, 드래그 앤 드롭 인터랙션까지 수십 가지 결정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냥 가방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기획자의 고민과 판단이 녹아 있는 것이죠. 이 책은 그런 보이지 않는 영역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기획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섬세하고 치밀한 과정인지를 알려줍니다.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흥미와의 싸움입니다. 플레이어가 5분 만에 지루함을 느끼면 그 게임은 실패한 것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면 성공한 것이죠.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가 "한 판만 더"를 외치게 만들 수 있을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곧 게임 기획의 핵심이고, 이 책은 그 질문에 실전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에 대한 책을 더 추천하고 싶은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에 아래 책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피, 땀, 픽셀
제이슨 슈라이어2018한빛미디어
피, 땀, 리셋 : 게임 개발 속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
제이슨 슈라이어2022한빛미디어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
장세용,오영욱,조기현2023한빛미디어
책 모두 게임이라는 결과물 뒤에 숨겨진 개발자들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책들을 읽어보면, 그렇게 게임 좀 그만하라고 부모님한테 혼났던 모든 세대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즐겼던 그 게임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밤샘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실패와 수정 끝에 탄생한 것이라는 사실을요.
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게임을 했던 시간이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누군가의 열정과 철학을 경험한 시간이었다는 것도 함께요.
이 책은 단순히 게임만을 위한 기획서가 아닙니다. 나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모든 분야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언어에 맞게 잘 이해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자는 개발자에게는 기술의 언어로, 디자이너에게는 시각의 언어로, 경영진에게는 비즈니스의 언어로 같은 비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게임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내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결국 기획이란,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번역의 기술이니까요.
"한빛미디어의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하여 책만을 제공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