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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독자리뷰

데이터로 감이 아닌 증거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의 현실적 생존 전략

si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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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7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

제12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데이터 드리븐 UX, 이론은 넘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설득하는 UX 디자인을 위한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무 밀착 데이터 드리븐 UX 가이드

  • 저자 : 이미진(란란)
  • 출간 : 2025-07-31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데이터 기반 UX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은 많지만, 현실의 무게를 제대로 짚어내는 책은 흔치 않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출발부터 달랐다. 보통은 “데이터는 이렇게 수집하고, 이렇게 분석해야 한다”라는 정답처럼 보이는 절차만을 나열한다. 하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데이터도, 기준도, 도와줄 동료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작은 조직이나 스타트업에서는 GA 설정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기획서조차 디자이너의 필요와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저자는 바로 그 간극, “이론과 현실 사이의 틈”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만 이런 문제를 겪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

책의 첫 장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 데이터 활용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 생각에는…”이라는 막연한 주관이 아니라, “우리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근거로 했을 때…”라는 데이터 기반 시각으로 출발하는 태도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와 닿았다. 회사 안에서 디자이너의 의견은 종종 ‘감’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같은 주장이라도 데이터라는 증거가 뒤따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는걸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책의 장점은 이론을 짧게 다루고 곧바로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회사에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 사실은 오해라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없는 게 아니라 못 찾았을 뿐이라는 말은, 나조차도 불평처럼 입에 올리던 문장을 단번에 되돌아보게 했다. 관리자 페이지, 다른 직군의 자료, 심지어 고객센터의 자주 묻는 질문까지도 데이터라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쉽게 놓치던 부분이었다. 저자가 실제로 발로 뛰며 확인한 과정이 담겨 있어 더 설득력이 컸다.

또한 “디자이너는 화면을 예쁘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의는 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디자이너라는 직군이 여전히 ‘미적인 감각’에만 묶여 평가받는 현실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선언처럼 들렸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버튼 클릭률 같은 수치가 아니라 “왜 사용자는 이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사고가 전환된다. 정량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이유를 찾아내는 작업, 그리고 그 과정을 데이터와 함께 풀어내는 방법이 잘 녹아 있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육수 같은 인사이트’ 코너였다.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저자가 부딪히며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게 담아두었는데, 현업자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디테일이 많았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목적이 모호할 때 ‘임시 목적’을 설정해서 데이터를 바라보라는 조언은, 애매모호한 지시 속에서 방향을 잃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팁이었다.

책은 단순히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론을 넘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준다. 데이터 분석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UX 디자인은 감각이 아니라 증거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읽는 내내 느낀 건, 이 책은 초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몇 년 차가 지나서도 여전히 데이터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는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 조직 내부의 현실, 사용자 인터뷰와 설문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들. 이 모든 장면에 대해 저자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곧 시작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 문장이 주는 힘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실행 동력이다.

책을 덮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은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이 책은 그 외로운 순간마다 작은 나침반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화려한 이론이나 거대한 툴이 아니라, 불완전한 환경에서도 묻고, 찾고, 설계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저자가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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