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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독자리뷰

천재가 제시한 미래

hj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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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7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2판)

AI, 양자 컴퓨터, 로보틱스.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본 물리학자의 강의를 다시 만나다

  • 저자 : 리처드 파인만 , 토니 헤이
  • 번역 : 서환수
  • 출간 : 2025-06-25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십수 년 전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라는 책을 읽으며 파인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삶을 정말 즐겁게 살아간, 심지어 과학자로서는 가장 명예롭다 할 수 있는 노벨상까지 받았던 파인만의 삶이 너무 재미있게 그려져 있는데요.

그중 '카고 컬트 과학' 이야기는 제가 상당히 많이 인용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송기들이 남태평양 섬에 내려서 좋은 물건을 내려놓았던걸, 원주민들이 따라 하는 풍습이라고 하는데요. 나뭇조각이나 대나무 안테나 등으로 수송기가 내릴 때 사람들이 들고 있었던 기기들을 흉내 내는 것이었죠.

물론 그렇게 따라 한다고 수송기가 내려서 좋은 물건들을 주고 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남태평양 원주민들에게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꽤 많이 하는 행동이거든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 애자일 방식을 사용한다는 조직들이 있는데요. 심지어 그 회사 소개 페이지에도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흉내만 낼 뿐이죠. 데일리 스크럼( 스크럼 개발 방식을 사용할 때 매일 한번 하는 스탠드 업 미팅)을 한다지만, 매일 한 번씩 업무 보고받는 것을 '데일리 스크럼'이라 부르기만 하죠, '사용자 스토리'나 '팀 속도'에 대한 정의가 없는데 스프린트 기간을 정하고 그 안에 끝내라고 압박하고요. TDD(테스트 주도 개발)은 결국 테스트를 넣는 걸 뜻하죠. 게다가, CI(지속적인 통합)을 쓴다고 말하지만, CI 툴을 세팅해 놓고 1주에 한 번씩 빅뱅 통합을 합니다.

그러니,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수송기를 만나보지 못하듯, 우리는 애자일이 말하는 개발 프로세스에 혁신을 이룰 수 없습니다.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SNS로 보고 당황했습니다. 물론, 노벨 물리학 상까지 받은 석학이지만, 물리학자가 컴퓨터에 대해 설명했다 해도 얼마나 잘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카고 컬트"에 대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카고 컬트"를 말했던 파인만이 컴퓨터에 대해 강의하면서 그런 식으로 접근했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파인만의 컴퓨터 강의>는 정말 파인만이 컴퓨터에 대해 강의했던 내용들을 기초로, 파인만의 지인( 솔직히 책을 읽다 보면 파인만의 추종자들)이 파인만이 살았다면 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리고 도가 넘치도록 '카고 컬트'가 아닌 내용으로 꾸며져 있네요. 책에 보면, 파인만은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컴퓨터에 대해 성찰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3,4년 컴퓨터를 공부했다고 이 정도까지 이해하고 강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게 아닌가 싶군요.

컴퓨터 개론, 구조론, 계산 이론, 정보이론들은 대학에서 교수님들에게 한 학기 분량으로 듣던 강의 내용들이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게 한 챕터에 설명되는 이야기였다는 게 너무 기괴했고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들은 기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상당히 근원적인 부분부터 수식을 사용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앞부분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딩하며 산다면서, 이런 내용들을 이렇게 대충 공부했었나 싶었거든요. 책을 다 읽은 후에라도 보이는 곳에 놓고 자주 들춰봐야겠다 싶더라고요.

게다가, 파인만은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6장에는 파인만이 양자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대충, '가능할 것 같은데?'라고 말한 정도가 아니라, 충분한 이론을 가지고 설명했다는걸,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7장은 '존 프레스킬'이라는 분이 현재 양자 컴퓨터 발전 상황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40년이나 흘렀지만 결국 파인만이 제시했던 기틀에서 발전해 왔던 여정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사실 저는 수포자라서 수식이 나오는 부분은 정말 재미없었는데요. 그 설명들이 뭔가 위대한 선구자의 뒤를 잊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꼼꼼히 읽어보게 되더군요.

10장에 나온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충격을 선사합니다. 파인만은 두 가지 분파의 인공지능 학자들과 교류했다고 하더라고요. 연결주의와 기호주의인데요. 연결주의는 요즘 우리가 열광하는 인공지능 분파로 인간의 뉴런을 흉내 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고요. 기호주의는 1990년대 일본에서 가장 크게 열광 받았던 '전문가 시스템'을 구현했던 방식입니다. 기호 논리를 인간이 설계해서 인공지능을 만들어가는 걸 의미하거든요.

놀라운 건 파인만의 선택입니다. 당시엔 영향력이 없었던 연결주의자들의 주장에 더 무게를 실어줬다고 하네요. 친구들 중에 기호주의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10장을 읽으면서 내내 혼잣말을 내뱉었습니다. '천재라서 그런 건가?' 주변에 아무도 연결주의 쪽 인공지능에 긍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데, 선구안을 가지고 연결주의 쪽으로 관심을 가지다니...

다른 책에 비해 분량이 많고, 수식도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힘들게 읽었던 책이지만, 앞으로 가끔 들춰보게 될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가 바꿀 세상에 시작점에 서 있기 때문인데요. 파인만의 선구안은 2050년 이후 양자컴퓨터가 양자세계를 시뮬레이션 하며, 극단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세상까지 뻗어 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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