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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내가 HR 책을?' 비개발 분야 책 두 권을 골랐지만 인사 직무 관련 책을 읽게 될 줄 몰랐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채용하고 조직 문화를 바꾸기보단 나는 어쩌다 채용이 되어 이미 있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느라 온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나와는 연관이 적은 분야라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동아리에서 파트장을 맡아 지원자와 면접을 보고 파트원을 선발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나는 인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인사권을 쥐게 되었으니 사람 인생은 역시 모를 일이다. 오늘 책을 다 읽었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인사이트를 준 책이다. 내가 앞으로 동아리를 어떻게 꾸려가는지를 넘어 일터에서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아가 내가 스타트업에서 언젠가 한 팀을 이끄는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것 자체로 값진 독서 경험이었다.
1. 스타트업의 의사결정과 주니어
수직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있고 그 조직에는 정말 똑똑한 임원이 있어서
70%의 높은 확률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리 회사 일에 모든 시간을 쏟는다고 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꼭짓점으로 일이 몰리면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계속 쌓인다. (... 중략)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린다 해도 30%의 확률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LEAN HR> 中
어느 기업에서나 시니어의 경험과 주니어의 트렌디함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 스타트업 HR의 목표는 위계질서로 인해 훌륭한 인사이트가 묻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에게 발언권을 보장하는 것이 스타트업 HR의 목표이고, 그로 인해 주니어에게도 어느 정도의 힘이 실리게 된다. 우리 회사만 해도 서로 영어 이름을 쓰는 것은 물론 자율좌석제로 회사가 운영된다. 주니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물론인데, 나는 겨우 입사한 지 2주가 좀 넘은 인턴이지만 고객사 하나를 맡아 실무를 배우고 있다. 커리어 패스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경험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내가 해도 되는 일인가?'라는 두려움이 덜컥 생길 때가 있다. 내가 고객사라고 생각하면 입사한 지 2주가 좀 넘은 담당자 대신 베테랑을 원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원래 신입은 일을 잘 못해'라는 색안경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듯 여기는 것 같으면서도 내 실수를 합리화해주는 것을 이용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에서 주니어와 인턴의 이 경험 부족을 용인하는 이유는(물론 어느 정도겠지만) 아무리 유능한 사람, 경험이 많은 리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실수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성공 확률을 높임으로써 실패의 확률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다. 이런 확률의 곱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비해 구성원의 러닝 커브가 항상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는 모두의 70%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인사 담당자의 역할이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이상 나는 70%를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질문하고 배우면서 성공하도록 설정된 환경을 이용해야 한다.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회고와 배움을 생활화해야겠지만 지금 주어진 질문과 경험의 특권을 십분 활용해야 함을 실감하게 된다.
2. 스타트업의 리더란?
다시 한번 명확하게 하고 넘어가자.
특정 개인의 권한을 통해 임명된 직책자와 동료의 인정을 바탕으로 그들을 이끄는 리더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LEAN HR> 127p 中
책에 드러난 HR 담당자의 고뇌를 보고 깨닫게 된 진리가 있다. 인적 자원 한 명 한 명이 스타트업에서 갖는 가치가 상당하다는 점, 사람과 부서, 나아가 조직 자체가 굴러가도록 하는 리더의 역할이 결국 전부라는 것이었다. 저자가 정의하는 리더의 개념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는데 리더가 곧 권위를 갖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구성원에게 경력과 직위를 근거로 지시하며 이끄는 것을 넘어 리더는 전문성에 기반해 인정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 현재 회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내가 소속된 CX1 팀에서는 팀 미팅이 매주 진행된다. 팀 내부 미팅과 더불어 고객사 이슈를 다루는 미팅이 진행되어 고뇌에 빠진 실무자들이 앞으로 취해야 할 행동과 전략을 리더가 함께 고민한다. CX 1~4팀 모두 리더의 역할은 어느 정도 동일하지만 리더와 팀의 특색에 따라 이는 다르게 나타난다. 즉 꼭 회사의 대표가 아니더라도 팀이나 어느 한 부분에서 리더를 담당하는 이는 자신의 업무뿐만 아니라 팀의 문화와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 그들 자체적으로도 HR의 인사이트가 필요한 것이다. 격주 금요일마다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진행되는 All-Hands Meeting에서도 대표 마크를 중심으로 조직 변화와 전사적 목표가 공유된다. 마크는 조직의 비전과 방향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는 리더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내에서는 아직 막내라 할 수 있는 인턴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기 위해선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 먼저다. 그러나 동아리에서 파트장을 맡아 팀원 모집을 전담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스터디도 팀과 팀원의 특성에 맞도록 관리해야 한다. 연차와 경험에 관계없이, 조직의 규모에 상관없이 언젠가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나는 직책을 맡아 리더를 자연히 맡게 되었지만 결국 타이틀이 아니라 비전과 신뢰를 제시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3. 채용 브랜딩, 가고 싶은 회사 만들기
결국 채용 브랜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직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다섯 가지 요인 모두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내부 구성원이 만족도가 높다면 애써 채용 브랜딩을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내부 구성원이 앞장서서 회사를 홍보하고 주변 지인에게 회사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채용 브랜딩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가 낮다는 반증일 뿐이다.
<LEAN HR> 235p 中
취업 준비생인 친구들이나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는 지인들과 '가고 싶은 회사'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꽤나 재미있다. 어떤 사람은 커다랗고 화려한 사옥, 또는 연봉에 자부심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파격적인 복지와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귀여운 마스코트로 대표되는 회사의 캐주얼한 느낌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회사의 비전과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인재를 회사에 유입되게 하는 것이 곧 채용 브랜딩이다. 기업 문화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하기 때문에 민감도가 높은 2030 세대에게는 특히나 말이다. 저자 역시 채용 브랜딩을 만드는 방법을 지겹게 고민하고,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음이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지원자들도 그렇겠지만 사원의 유출과 이직이 빈번한 요즘 HR 담당자들이 채용 브랜딩을 설계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 저자는 채용 브랜딩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구성원의 만족도가 낮다는 반증이라고 말하지만 채용 브랜딩은 단지 HR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의 브랜딩과 연결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의 만족도를 막론하고 중요한 일 아닐까? 시간과 비용을 기대 이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 그것은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최선의 전략이 인재 추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HR 직무가 어려운 것은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특수한 직무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요구나 요청을 다 반영하면 구성원 만족도는 올라가겠지만
조직의 자원 배분이나 운영에 비효율을 초래해 조직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회사의 입장만 반영하여 정책을 결정하면 자칫 구성원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채용 브랜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HR은 '균형을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LEAN HR> 279p 中
우스갯소리를 섞어 저자는 '욕먹지 않는 HR이 되기'를 HR 조직의 '달성하기 어렵지만 가슴 떨리는 목표'로 정의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사팀은 사람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위치에 놓여 있고,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원자부터 실무진의 반감을 살 때도 많다. 심지어는 회사를 일할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간식을 채워 넣고 IT 플랫폼도 관리해야 하며, 시설의 유지 보수도 살펴야 한다. 조직 문화를 정돈하고 인재의 입퇴사를 돕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사팀은 회사를 다니는 구성원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때로는 구성원으로부터 회사를 지켜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모순이 그들의 일에 피로가 되겠지만 그러면서도 인재를 육성하고 회사를 성장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에서 오는 저자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현직 HR 담당자도 아니고 HR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지 않아 책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스타트업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문화를 책과 연결해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아가 올해 시작할 동아리 파트장 활동에서 나아가 사수, 팀의 리더로서 사람을 관리하고 도와야 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직장인의 노하우 그 자체를 배울 수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관이 없어 보이는 책이었지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책이었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