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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7

『피, 땀, 픽셀』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게임 업계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던 제이슨 슈라이어가 더 쓰라린, 그러나 더 생생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들의 ‘피땀 어린’ 게임과 회사, 그리고 커리어까지도 [리셋 버튼] 한방에 날아가버리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예를 들면 첫번째 챕터 저니맨에서는 캐리엇(우리에게는 리처드 개리엇으로 유명한)과 함께 울티마 VI를 제작한 워렌 스펙터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워렌 스펙터는 이머시브 심(몰입형 시뮬레이션)의 본질은 1인칭, 가상세계, 시스템몰입형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피, 땀, 리셋>에서는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난제를 풀고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한 기회를 준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내 게이머에게도 유명한 워렌 스펙터도 사실은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마치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일감을 받는 저니맨처럼) 어렵게 게임 개발을 했음을 밀도있는 서술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예술가적 기질의 창의적인 사람들과 자본가적 입장의 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워렌 스펙터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캐롤라인 스펙터(워렌 스펙터의 부인)는 말했다. (중략) 죽기살기로 덤비는 것의 문제는, 그러다가 실패하면 정말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 땀, 리셋>, 40~42쪽
결국 워렌 스펙터는 디즈니 밑으로 들어간 정션 포인트에서 <에픽미키>를 성공시키지만, <에픽미키2>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맙니다. <에픽미키2>가 망한 이유는 2010년대 초 콘솔 게임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든 탓도 있고, <팜빌>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게임이 수십억 달러를 벌기 때문에 압박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시간에 쫓겨 만들었기 때문이죠. 결국 <에픽미키2>는 <에픽미키>의 닌텐도 위와는 달리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출시되었지만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결국 <에픽미키2>를 제작한지 두달만에 제작사 정션포인트는 폐업을 했습니다. 이처럼 실패한 게임 제작사가 문을 닫는 이야기는 <피, 땀, 리셋>에서 계속 등장합니다.
첫번째 챕터 저니맨과 두번째 챕터 프로젝트 이카루스의 연결고리는 바로 스펙터가 제작했던 <시스템 쇼크>입니다. <시스템쇼크>의 계승작인 <바이오 쇼크>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제작한 2K의 자회사 이래셔널 게임즈(Irrational Games)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켄 레빈이 이래셔널 게임즈를 떠나면서 "단 한 명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가 퇴장하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두번째 챕터 프로젝트 이카루스와 세번째 챕터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바로 이래셔널 게임즈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웬 프레이, 포레스트 다울링, 채드 라클레어 등 모두 이래셔널 게임즈에서 함께 근무했던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입니다. 이들은 The Molasses Flood라는 게임 제작사를 설립합니다. 그래서 <마인크래프트>나 <언더테일>, <스타뷰 밸리> 같은 대박 게임을 만들 꿈을 꿉니다.
하지만 The Molasses Flood가 처음 개발한 <더 플레임 인 더 플러드>는 그저 매주 스팀에서 발매하는 수십여가지의 게임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재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더 플레임 인 더 플러드>가 계속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나 과거에 참여했던 고예산 게임들처럼 이번 게임도 발매 뒤 몇주일 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거둘 수 있는 줄 알았다. 그건 거의 모든 게임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60달러에 팔리던 시절, 게임스탑이 커다란 포스터를 붙이고, 베스트 바이는 잘 보이는 위치에 게임 재고를 쌓아 놓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매출이 확꺾이는 날이 온다는 게 <더 플레임 인 더 플러드>를 바라보는 다울링과 프레이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보잘것없는 인디 게임이 아직도 팔리고 있었다. -<피, 땀, 리셋> 151쪽
이처럼 각각의 챕터는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전에는 몰랐던 게임 역사의 거시적인 흐름부터 미시적인 변화까지 알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