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 비정규 아티스트 밥장이 알려주는 프리랜서의 명쾌한 자기 관리법
더 이상 회사라는 시스템에 기대어 평생 먹고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혼자 일해야 한다. 일러스트 실력이 프로급이라 하더라도, 프리랜서로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는 많지 않다. 기업이 원하는 콘셉트를 파악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그림 가격을 책정하고, 세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일러스트레이터는 기업 앞에서 늘 셈에 약한, 사회 생활에 약한 ‘을’이 된다. 일러스트가 들어가는 사업 부문별로 꼭 알아야 할 매우 구체적인 내용들을 실제 프로젝트 사례로 파악한
모처럼 시원하게 완독한 책이다. 일러스트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한다. 저자인 "밥장"이라는 분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의 화려한 작품들은 각종 광고 매체와 건물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점은 아이러니하다. KB카드 이효리 편, SK사보, 포스코빌딩 벽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등 세심한 필체와 상상력으로 가득찬 저자의 일러스트는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있었음을 발견하였다. "어떻게 그렸지? 참 잘 그리신다."는 말이 몇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입 안에서 맴돌만큼 일러스트에 대한 인식과 기준을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문외한들에게도 쉽고 편하게 읽혀져질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책 타이틀만 보면 "일러스트" 기술과 관련된 책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부제를 보면 "자기관리법"이 핵심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 일러스트레이터가 자기관리법 책을 썼다는 것부터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SK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2005년 어느 날부터 그림의 매력에 빠진 비정규(!) 아티스트였다. 지금은 자판을 두드리던 손으로 펜을 잡고,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일러스트는 상당히 섬세하다. 꼬물꼬물한 그림으로 세상과 아름답고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는 이미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 <비정규 아티스트의 두 번째 이야기_HOT>, <그림, 그려보아요> 등 기성 작가의 반열에도 올라있는 글-그림 전문작가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솔직담백한 일대기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인의 입장에서 좌충우돌하며 단련된 내공을 편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낸다. 각 챕터별로 "LESSON" 박스가 있는 데 "원포인트 레슨 컨셉으로 핵심을 잘 정리해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양한 펜과 몰스킨 사용법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사용하고 실무 일에 적용했던 사례들은 일러스트 일을 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은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 즉, "자기관리법"이 이 책이 명쾌하게 전해주고 싶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출판사가 말하는)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알아야 할 실무 지침을 광고부터 컬럼 연재까지 7개 상업 장르, 19개 프로젝트 안에서 사례별로 정리한다(광고.포스터,책, 벽화/인테리어, 브랜딩/프로모션, 재능기부, 컬럼 연재)
2. 프리랜서로서의 독립 및 창업, 계약, 수주, 일러스트 스타일 작업, 세무 관련 업무, 분야 확장(개인전, 칼럼 연재, 재능 기부 등)의 일련의 과정을 사례별로 보고서를 보듯 자세하게 확인한다.
3. 밥장의 예산 일지, 계약 관련 문서, 포트폴리오, 업무 스케줄표,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문서, 셀프마케팅 방법 등의 이야기를 생생한 준거 데이터로 명확하게 이해한다.
4. 프로젝트별로 비즈니스 파트너(기획자, 디자이너, 클라이언트)의 인터뷰를 담아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이 책은 SK 넥타이 부대원에서 5년 만에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우뚝 선 비정규 아티스트인 저자가 말하는 프리랜서의 자기 관리 & 실무 지침서다.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 현업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과 그래픽 전공 학생,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그런데, 일러스트레이터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고 자기관리에 대한 "각"이 잡힌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넥타이 부대원인 나도 그림에 소질이 있지 않을까? 마하펜이랑 몰스킨 라지 사이즈부터 사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