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delp***
2021-09-23

최소한의 지식으로 딥러닝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도서
책을 처음 봤을 때의 첫 인상은 두껍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록을 포함하여 페이지수가 700 페이지를 넘어가니 처음엔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펴서 내용을 학습해보니 왜 이렇게 분량이 많았는지 이해가 갔다.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다른 딥러닝, 머신러닝 학습서들도 대부분이 분량이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 책들은 하나같이 어려운 통계학 용어, 복잡한 수식, 끝없이 펼처지는 길고 불친절한 코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첫째로 '어려운 통계학 용어'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고 책 한켠에 용어 사전으로 정리를 하였다. 용어의 뜻이 나중에도 기억나지 않으면 용어 사전이 있는 그 페이지로 가서 다시 복습하면 된다. 두번째로 '복잡한 수식'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 조우했던 수식은 로그를 다룬 것이었고 그 외에 수식이 직접 등장하는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수식이 적다고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책은 우선 수식을 이해하기 힘들어서 시작도 하기 전에 겁에 질리는 사람들이 딥러닝을 '일단'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딥러닝은 어떻게 구현하는지 따라해보면서 딥러닝의 원리와 작동 방법을 익히고 나서 이를 떠받치는 수학적 내용은 후에 보강하면 된다. 세번째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길고 불친절한 코드'인데 어떤 책들은 예제 코드 한 단위 당 분량이 한페이지를 넘어가는 것이 있을 정도로 긴 것도 있는데 설명까지 그냥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서는 각 코드 예제들이 전반적으로 길지가 않다. 밑바닥에서부터 딥러닝을 구현한다는 말처럼 최소 단위로 코드가 구성되어있고 코드 설명도 빠뜨림 없이 상세했다.
이렇게 상세하고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다보니 분량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분량으로 인한 부담감을 입문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으로 상쇄해버렸다. 입문자에게 초급 내용부터 중, 고급 내용까지 설명하려다보니 하나의 두터운 기본서가 되었다.
나는 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과 비교할 때의 차별성이다. 이 책의 차별성은 fast.ai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딥러닝을 다뤘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numpy, pandas 등의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많은 책이 쓰여졌다. fast.ai는 딥러닝을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브러리이다. 딥러닝을 할 때 쉽고 편리한 최신의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은 시간, 노력을 상당히 줄여준다. 이 책 표지에 나온 것처럼 '박사 학위 없이 폼나게 AI를 구현하는 법'이라는 수식어는 바로 이러한 fast.ai 라이브러리의 특징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한편 이 책으로부터 내가 인상 깊었던 점은 옮긴이의 주석(각주)이 매우 친절하고 자세하다는 것이었다. 본문을 그대로 직역하다보면 우리 현실과 달라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한 옮긴이가 채워주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한 가지 분야에서 적용되는 딥러닝 구현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딥러닝 사례를 예시로 보여주었다. 이 예시마다 도움이 될 사진, 코드, 그림을 페이지에 아낌 없이 담음으로써 절대로 포기하는 법 없이 사례로 소개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큰 배려를 하였다. 그리고 각 장(챕터) 마무리 부분마다 질문지가 나오는데 본문의 상세한 설명이 여기에서는 예외이다. 즉, 남이 해주는 주입식 학습이 아니라 이 부분만이라도 혼자서 생각해보는 힘을 기르게 해준다. 이것 또한 나에겐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질문지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면 해당 장의 내용을 완벽하게 내것으로 익히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일종의 자기 평가, 복습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관심있던 부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캐글 사용법, NLP 처리 방법 등이었다. 또 GPT-2 알고리즘에 기반한 모델이 레딧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댓글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벌써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구나라고 생각하며 인공지능, 딥러닝을 이용해 정말 무궁무진하고도 혁신적인 응용 사례가 앞으로 쉼없이 등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