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1. 오후 수업

"그럼 여러분은 이런 식으로 강이라고도 하고, 젖이 흐른 흔적이라고도 하는 이 희뿌연 것이 사실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선생님은 칠판에 매단 커다란 검은 성좌도의, 위에서 아래로 하얗게 연기처럼 흐려 보이는 은하띠 같은 곳을 가리키면서 모두에게 질문했습니다. 캄파넬라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네다섯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조반니도 손을 들려다가 서둘러서 그만두었습니다. 분명히 저것이 모두 별이라고 언젠가 잡지에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조반니는 매일 교실에서도 졸리고 책을 읽을 틈도 읽을 책도 없어서 어쩐지 어떤 일도 전혀 잘 알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미 그것을 눈치 챈 것이었습니다. "조반니, 너는 알고 있겠죠." 조반니는 씩씩하게 일어났습니다만 일어서고 보니 이제는 확실하게 그것은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자네리가 앞자리에서 조반니를 뒤돌아보며 킬킬거리면서 소리 죽여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당황해서 얼굴이 새빨개져 버렸습니다. 선생님은 다시 말했습니다. "커다란 망원경으로 은하를 잘 관찰하면 은하는 대체 무엇일까요?" 역시 별이라고 조반니는 생각했습니다만 이번에도 바로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난처한 기색이었습니다만 시선을 캄파넬라 쪽으로 돌리고 "그럼, 캄파넬라."하고 지명했습니다. 그러자 그토록 씩씩하게 손을 든 캄파넬라가 역시 머뭇머뭇 일어선 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의외인 듯 한동안 꼼짝않고 캄파넬라를 보고 있었습니다만 서둘러 "그럼,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직접 항성도를 가리켰습니다. "이 희뿌연 은하를 크고 좋은 망원경을 보면 정말 수많은 작은 별로 보입니다. 조반니, 그러지요?" 조반니는 새빨개져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조반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다. 물론 캄파넬라도 알고 있다. 그것은 언젠가 캄파넬라의 아버지인 박사님 집에서 캄파넬라와 함께 읽은 잡지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캄파넬라는 그 잡지를 읽자 곧장 아버지 서재에서 큰 책을 갖고 와서 은하라는 부분을 펼치고 새까만 페이지에 수 많은 흰 점들이 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둘이서 언제까지나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캄파넬라가 잊었을리 없었을텐데 바로 대답하지 않은 것은 요즘 내가 아침에도 오후에도 일을 하느라 힘들어서 학교에 나와도 더이상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캄파넬라와도 그다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캄파넬라가 그것을 알고 가엾게 여기고서는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도 캄파넬라도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다시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이 은하수가 정말 강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나하나의 작은 별은 모두 그 강바닥에 있는 모래나 자갈 낱알에 해당한다고도 할 만 합니다. 또한 이것을 커다란 젖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더 은하수와 비슷합니다. 즉 그 별은 모두 마치 젖 속에 작게 떠 있는 기름 덩어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강물에 해당하는가 하면 그것은 진공이라고 하는 빛을 어떤 속도로 전하는 것으로 태양이나 지구도 역시 그 속에 떠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도 은하수의 물 속에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 은하수 물속에서 사방을 보면 마치 물이 깊을수록 파랗게 보이는 것처럼 은하수 바닥이 깊고 먼 곳일수록 별이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희뿌옇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 모형을 보십시오." 선생님은 빛나는 모래 알갱이가 많이 들어 있는 커다란 양면 볼록 렌즈를 가리켰습니다. "은하수 모양은 딱 이렇습니다. 이 하나하나 반짝이는 알갱이는 모두 우리 태양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태양이 중간쯤에 있고 지구가 바로 그 가까이에 있다고 합시다. 여러분은 밤에 이 한가운데에 서서 렌즈 안을 둘러 본다고 해봅시다. 이쪽은 렌즈가 얇기 때문에 적은 빛을 내는 알갱이, 즉 별 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쪽이랑 이쪽은 유리가 두껍기 때문에 빛을 내는 알갱이 즉 별이 많이 보이고, 그 먼 곳에 있는 것은 희뿌옇게 보인다는 것이 오늘날의 은하에 관한 설입니다. 그렇다면 이 렌즈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안의 여러 별에 대해서는, 시간이 다 되었으므로 다음 과학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은하 축제이니 모두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책이랑 노트를 정리하세요." 그리고 교실 안은 잠시 책상 뚜껑을 여닫고 책을 정리하는 소리로 소란스러웠지만 잠시 후 모두 바르게 서서 인사하고 교실을 나갔습니다.

2. 활판 인쇄소

조반니가 교문을 나설 때 같은 반 친구 예닐곱 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캄파넬라를 한가운데에 두고 교정 구석에 있는 벚나무 근처로 모였습니다. 오늘밤 별 축제에 파란 등을 만들어서 강물에 띄워 보낼 하눌타리를 따러 갈 의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조반니는 팔을 크게 흔들면서 힘차게 교문을 나섰습니다. 나와서 보니 거리의 집들을 오늘 밤 은하 축제를 위해서 주목 나뭇잎을 하나로 뭉쳐서 매달기도 하고, 노송나무 가지에 등불을 매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반니는 시가지를 세 번 돌아선 곳에 있는 큰 활판 인쇄소에 들어갔습니다. 입구 바로 앞의 계산대에 있던 헐렁한 흰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인사하고 조반니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막다른 곳의 큰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대낮인데도 안에는 전등이 켜져 있고 많은 윤전기가 털썩털썩 돌아가고 천으로 이마를 묶거나 램프셰이드를 쓴 사람들이 뭔가 노래를 하듯이 읽기도 하고 세기도 하면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입구에서 세 번째에 있는 높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자리에 가서 인사했습니다. 그 사람은 잠시 선반을 뒤지고는 "이 정도 주울 수 있겠니" 라고 말하며 한 장의 종이조각을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그 사람의 테이블 밑에서 작고 넓적한 상자 하나를 꺼내 건너편의 전등이 많이 켜진 비스듬히 세운 벽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작은 핀셋으로 마치 좁쌀 알 만한 활자를 차례차례 주워담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앞치마를 한 사람이 조반니의 뒤를 지나가면서 "어이! 돋보기 군, 안녕." 이라고 하자 주변의 네다섯 명의 사람들이 소리도 내지 않고 이쪽도 바라보지 않고 냉담하게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몇 번이나 눈을 비비면서 활자를 차례차례 주웠습니다. 여섯시를 알리는 시계가 울리고 잠시 지났을 무렵, 조반니는 주운 활자를 가득 담은 넓적한 상자를 다시 한 번 손에 든 종이 조각과 맞춰보고 나서 좀 전에 인사한 높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가지고 갔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받아들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반니는 인사를 한 다음 문을 열고 좀 전의 계산대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좀 전의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역시 아무 말 없이 작은 은화를 하나 조반니에게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금방 안색이 좋아져서 힘차게 인사하고는 계산대 밑에 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그리고 활기차게 휘파람을 불면서 빵집에 들러 빵 한덩어리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3. 집

조반니가 힘차게 돌아온 곳은 어느 뒷골목의 작은 집이었습니다. 세 개의 입구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데 입구 제일 왼쪽에는 빈 상자에 보라색 케일과 아스파라거스가 심어져 있고 작은 두개의 창에는 차양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엄마, 나 지금 왔어. 몸은 괜찮았어?" 조반니는 신발을 벗으면서 말했습니다. "아 조반니, 일이 힘들었지? 오늘은 날이 선선하네. 나는 계속 상태가 좋았단다." 조반니가 현관을 들어서니 조반니의 어머니는 입구 바로 옆방에서 흰 천을 덮어쓰고 쉬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창문을 열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우유에 넣어주려고 각설탕을 사왔어." "어 너 먼저 먹으렴. 나는 아직 생각이 없네." "엄마, 누나는 언제 왔어?" "응 3시쯤 돌아와서 집안일도 모두 해 주었지." "엄마 우유는 안 온건가?" "안 왔나 보다." "내가 가서 가지고 와야지." "아 나는 천천히 먹어도 되니 너부터 먼저 먹으렴. 누나가 토마토로 뭔가 만들어서 거기에 놓고 가더라." "그럼 나 먼저 먹을께." 조반니는 창가에서 토마토 접시를 가져와서 빵과 함께 잠시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저기 엄마, 나는 아빠가 분명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 "왜냐하면 오늘 아침 신문에 올해는 북쪽의 어획량이 굉장히 좋았다고 나와 있었거든." "아 그렇지만 아빠는 고기를 잡으러 가지 않았을 지도 몰라." "분명 고기를 잡으러 갔을 거야. 아빠가 감옥에 갈 그런 나쁜 짓을 했을리가 없어. 이전에 아빠가 가지고 와서 학교에 기증한 커다란 게 껍데기랑 순록의 뿔이랑 지금도 모두 표본실에 있어. 6학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번갈아 교실에 가지고 간다고. 재작년 수학여행에서(이하 몇 글자 공백)" "아빠가 이 다음에는 너에게 해달가죽으로 만든 윗도리를 갖다 준다고 했지?" "모두 나를 보면 놀리는 것처럼 그 이야기를 해." "너에게 나쁜 말을 하니?" "응, 그래도 캄파넬라는 절대로 하지 않아. 캄파넬라는 모두 그런 말을 할 때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어." "그 분과 네 아버지는 꼭 너희들처럼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고 하더구나." "아 그래서 아빠가 날 데리고 캄파넬라 집에도 갔었지. 그 땐 좋았어.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목에 가끔 캄파넬라 집에 들렀어. 캄파넬라 집에는 알코올 램프로 달리는 기차가 있었어. 레일을 7개 조립하면 원이 되고 거기에 전봇대랑 신호등도 있었는데 기차가 지날 때에만 신호등 전구가 파랗게 바뀌도록 되어 있었어. 언젠가 알코올이 떨어졌을 때 알코올 대신 석유를 썼더니 연통이 새까맣게 그을려버렸지." "그랬구나." "지금도 매일 아침 신문을 배달하러 가. 그런데 항상 집안이 온통 쥐 죽은 듯 조용하니." "이른 아침이니까." "자우엘이라는 개가 있어. 꼬리가 꼭 빗자루 같이 생겼어. 내가 가면 킁킁대면서 따라와. 계속해서 골목 끝까지 따라와. 더 많이 따라올 때도 있고. 오늘밤은 모두가 하눌타리 등불을 강물에 띄우러 간대. 틀림없이 그 개도 따라갈 거야." "그렇네. 오늘밤이 은하 축제네." "응. 나는 우유 가져 오면서 보고 올께." "그래 다녀오렴. 강물에는 들어가지 말고." "물론 강가에서 보기만 할 거야. 한 시간 안에 올께." "더 놀다 오렴. 캄파넬라와 함께라면 걱정 없으니까." "꼭 같이 있을께. 엄마 창문 닫아둘까?" "그래 부탁할께. 이제 날이 차가워지는구나." 조반니는 일어나서 창문을 닫고 접시와 빵 봉지를 치운 다음 씩씩하게 신발을 신고 "그럼 한 시간 반 뒤에 돌아올께." 라고 말하면서 어두운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4. 켄타우루 축제의 밤

조반니는 휘파람을 불고 있는 것 같은 허전한 입 모양을 하고 노송나무가 시커멓게 늘어선 마을 비탈길을 내려왔습니다. 비탈길 아래에 커다란 가로등 하나가 푸르스름하고 아름답게 반짝이며 서있었습니다. 조반니가 점점 전등 쪽으로 내려가자 지금까지 도깨비처럼 길고 희미하게 뒤를 따르던 조반니의 그림자는 점차 짙고 검게 뚜렷해져서 발을 들기도 하고 손을 흔들기도 하면서 조반니 옆으로 돌아서 왔습니다. (나는 훌륭한 기관차다. 여기는 비탈길이니 빨리 달릴 것이다. 나는 지금 저 가로등 앞을 지나간다. 그래 이번에는 내 그림자는 컴퍼스다. 이렇게 빙글 돌아서 내 앞으로 왔다.) 라고 조반니가 생각하면서 성큼성큼 그 가로등 밑을 지나갈 때, 갑자기 낮에 만났던 자네리가 옷깃을 빳빳이 선 새 셔츠를 입고 가로등 맞은편의 어두운 골목에서 나타나 살짝 조반니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네리 하눌타리 띄우러 가는 거니?" 조반니가 아직 이렇게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조반니 너네 아버지께서 해달 가죽 윗도리를 가지고 오신다지." 그 아이가 내뱉듯이 뒤에서 소리쳤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지고 휑한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라고 자네리." 라고 조반니는 크게 되받아 소리쳤습니다만, 자네리는 별써 건너편의 노송나무 잎이 심어져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자네리는 왜 저런 말을 할까? 달릴 때는 꼭 쥐새끼 같은 주제에.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데 저 따위 말을 하는 것은 자네리가 바보이기 때문이야." 조반니는 조급하게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면서 가지각색의 등불과 나뭇가지로 예쁘게 장식된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시계방에는 밝게 네온등이 켜지고, 일 초 마다 돌로 만든 올빼미의 빨간 눈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갖가지 보석이 바다 같은 색을 한 두꺼운 유리판 위에 별처럼 천천히 돌기도 하고, 그리고 맞은편에서 구리로 만든 반인반마가 천천히 이쪽으로 회전해서 오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둥글고 검은 한눈에 볼 수 있는 별자리 그림이 파란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넋을 잃고 그 성좌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것은 낮에 학교에서 본 그 성좌도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판을 돌리면 그 시점에서 보이는 하늘이 그대로 타원형 안에 회전해서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역시 그 가운데에는 위에서 아래로 은하가 흐릿하게 띠 모양을 하고 아래쪽에는 약한 폭발이 일어나 수증기 같은 것이 오르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세 개의 다리가 달린 작은 망원경이 노랗게 반짝이면서 서 있었고 가장 뒤쪽 벽에는 온 하늘의 별자리를 불가사의한 짐승, 뱀, 물고기, 병 모양으로 그린 큰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정말 이런 전갈이나 용사가 하늘에 가득 있는 것일까. 아아! 그 속을 어디까지라도 걸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잠시 멍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엄마의 우유가 기억나서 조반니는 그 가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작아서 몸에 맞지 않는 윗도리의 어깨 부분을 불편해하면서 그래도 일부러 가슴을 펴고 크게 팔을 흔들면서 당당하게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공기는 아주 맑아서 마치 물 흐르듯 거리와 가게 안을 흐르고 있었고 가로등은 모두 새파란 전나무나 졸참나무 가지에 덮여 있었습니다. 전기 회사 앞의 여섯 그루의 플라타너스 나무는 안에 꼬마전구가 많이 달려 있어서 정말 인어들이 사는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새 옷을 입고 별 순례라는 노래를 휘파람 부르거나 "켄타우루스 이슬을 내려라." 라고 외치며 뛰어가기도 하고 파란 마그네시아의 불꽃을 태우기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반니는 어느새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주변의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 우유 가게 쪽으로 서둘러 갔습니다. 조반니는 어느새 마을에서 벗어나 포플러 나무 몇 그루가 별이 높게 더 있는 하늘까지 닿은 곳으로 왔습니다. 우유 가게의 검은 문 안으로 들어가 소 냄새가 나는 어두컴컴한 부엌 앞에 서서 조반니는 모자를 벗고 "안녕하세요"라고 했지만 집 안은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조반니는 똑바로 서서 다시 외쳤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나이든 여자가 어딘가 몸이 불편한 듯 천천히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 저 오늘 저희 집에 오늘 우유가 배달되지 않아서 받으러 왔습니다." 조반니는 있는 힘을 다해서 힘차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어서 알 수가 없어요. 내일 다시 오세요." 그 사람은 핏발이 선 눈 밑을 비비면서 조반니를 내려다보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오늘 밤에 받아야 해요." "그렇다면 잠시 후에 다시 오세요." 그 사람은 곧 가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럼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반니는 인사하고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열 십자 모양의 시가지 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데 맞은편 다리로 향하는 쪽에 있는 잡화점 앞에서 검은 그림자와 희뿌연 셔츠가 뒤섞여서 학생들 예닐곱 명이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제각기 하눌타리 등불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웃음소리도 휘파람 소리도 모두 들어본 기억이 있었습니다. 조반니와 같은 반 친구들이었습니다. 조반니는 그만 가슴이 철렁해서 뒤돌아가려고 했으나 마음을 고쳐 먹고 더욱 당당하게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강으로 가니?" 조반니가 말을 하려다가 조금 목이 잠기는 것을 느꼈을 때, "조반니, 해달가죽 윗도리가 올 거야." 좀전의 자네리가 다시 소리쳤습니다. "조반니, 해달가죽 윗도리가 올 거야." 이내 모두가 따라서 소리쳤습니다. 조반니는 새빨개져서 어느새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급하게 지나가려고 하는데 그 속에 캄파넬라가 있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안쓰러운 듯 아무 말 없이 살짝 웃으면서 '화내지 않을까'라는 표정으로 조반니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달아나듯이 그 눈빛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캄파넬라의 키가 큰 형체가 스쳐 지나가자마자 모두가 제각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 뒤를 돌아보았더니 자네리 역시 뒤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캄파넬라도 역시 크게 휘파람을 불며 맞은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 쪽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조반니는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에 싸여 갑자기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귀에 손을 대고 '와아' 라면서 한쪽 발로 폴짝폴짝 뛰고 있던 작은 아이들은 조반니가 재미있어서 그렇게 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와아' 하고 외쳤습니다. 잠시 후 조반니는 검은 언덕 쪽으로 급히 뛰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