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접했을 때 단순히 요사이 유행하는 데이터의 시각화에 대한 기술적인 입문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브 마노비치의 정보 시각화가 과학, 디자인, 예술의 각각의 단일 범주에 속한다고 규정하기 보다, 모두 포함하는 공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고려하는 것을 제안하는 추천사를 통해 내가 시각화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시각화를 과학 중에서도 일부인 정보기술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던 사고에 변화가 필요하다.
저자인 마누엘 리마는 정보 시각화 분야의 최고 사이트인 visualcomplexity.com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해 보면 정확히 1,000개의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다.
http://www.visualcomplexity.com/vc/

이렇게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충분히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이 있는데, 저자가 온라인 시각화 프로젝트의 장점인 실시간 업데이트 될 수 없고, 상호작용이 없는 종이 책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계기는 API의 변경, 종료되거나 데이터 형식의 변화로 읽을 수 없는 등의 문제로 인해 많은 시각화 프로젝트들이 사라지거나 에러메세지를 출력하고 있기에 미래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배경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책의 시작은 고대 인류의 천지 창조를 도식화해서 표현하려고 한 노력부터 시작한다.
중심 줄기로부터 뻗어 나온 가지들의 계층적 순서에 초점을 둔 가장 일반적인 메타포인 나무가 제일 처음으로 소개 하는 도구이다.
나무의 모양을 예술적으로 이용한 자료부터, 3세기 그리스 철학자가 착안한 나무분류다이어그램인 포르피리오스 나무는 지금 컴퓨터 과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트리 구조의 원형으로 보인다.
고대부터 사용된 메타포이지만, 아직까지 컴퓨터 과학 및 수학 분야의 그래프 이론 전문가들이 연구하는 실용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운영체제의 파일 시스템과 탐색기도 바로 나무에서 유래된 것으로, 계층 구조로 파일과 목록을 보여준다.
간단한 나무로 시작했지만 바로 다음 장인 네트워크로 시작하면서 복잡성은 높아진다.
지금 현대 사회는 2008년 가트너가 처음 사용한 용어 Hyper Connected 시대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다. 사람과 사람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심지어 사물과 사물끼리도 연결되어 복잡한 연결성을 수용하기에는 나무는 더이상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분석과 도구가 요구되어지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분석방법과 도구보다도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고 방식이다. 즉 개별적인 부분을 보는 것이 아닌 전체론적 시스템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네트워크적 사고라고 한다.
새로운 사고를 통해 기존의 계층적이고 중앙집중적인 나무 구조 기반의 개념이 현대 사회의 고유한 복잡성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발상들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자가 풍부한 배경 지식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네트워크를 이야기 할 때이다. 네트워크라고 하면, 인터넷과 같은 근래의 정보망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 기원을 알기 위해 18세기 레온하르트 오일러를 이야기 한다.
유명한 '쾨니히스베르크의 7개 다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치 기하학에 관한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이 해석이 현재의 네트워크 과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한다.
또한 네트워크의 시각화는 최근에 시작된 시도같지만, 이미 1914년 월러드 브린튼은 저서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픽 기법'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이 분야에 절실히 필요한 분류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은 이렇게 전반적인 역사와 배경을 풍부하게 알려주고, 필요할 때는 직접적인 원리를 알려주기도 한다. 많은 시각화 프로젝트 자료들을 보는 것은 또한 큰 즐거움이다.
책을 읽고 저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직접 동작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또 한번의 배움이 될 것 같다.
끝으로 뒷 표지의 "마누엘 리마는 21세기의 에드워드 터프트다" 라는 문구는 저자인 마누엘 리마보다 에드워드 터프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게 되었는데, 예일대학 정치학자이자 통계학자이고 2003년 콜롬비아 우주왕복선 폭발 참사가 차트 기록 방식의 문제로 폭발했다고 주장하였다.
폭발은 로켓 부품하나의 문제로 발생했는데 점검한 엔지니어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기록을 남겼지만, 기록은 중요한 문제를 인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있었기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무시되는 문제로 바뀌어 버렸다고 한다.
여러모로 큰 배움과 눈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