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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죽음의 부정

한빛비즈

번역서

절판

  • 저자 : 어니스트 베커
  • 번역 : 노승영
  • 출간 : 2019-08-16
  • 페이지 : 468 쪽
  • ISBN : 9791157843527
  • 물류코드 :3257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4점 (1명)
좋아요 : 1

퓰리처상 수상,

인간 실존에 관한 답을 제시한 죽음학 분야의 고전

국내 초판 출간 12년 만의 복간!

 

죽음을 향한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분석해낸 이 책 《죽음의 부정》은 죽음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독자라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필독서로 통한다. 어니스트 베커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부정하는 인간의 속성으로부터 우리 존재의 근원을 묻는다. 그리고 주류 프로이트 학파 사상에 대담하게 맞서 필수적 거짓말의 문제―자신의 필멸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죽음의 부정》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망라한 어니스트 베커 필생의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의 본성에 새로운 빛을 비추며 삶과 생의 의지를 북돋는 베커의 메시지는 출간 반세기에 다다른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죽음에 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책으로 지금도 수요가 꾸준하지만 안타깝게 절판됐던 상황, 《죽음의 부정》이 초판 출간 12년 만에 심도 있는 새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추천의 말]

 

“이 책은 남들이 조각조각 찢어 쓸모없게 만든 것을 다시 모은다. 

당신의 생각, 지적 호기심, 영혼을 자극하는 드문 걸작 중 하나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의학박사, 《죽음과 죽어감》 저자

 

“베커 교수의 글에는 설득력과 빛나는 통찰이 담겨있다. 그의 글은 정신분석과 이성 자체의 한계를 가차 없이 규명하여 인간이 죽음과 삶의 상충하는 공포를 초월하도록 한다. 

이 책은 훗날 대작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인간의 본성과, 삶(과 죽음)의 짐에서 벗어나려는 부단한 노력에 대한 신학적 통찰과 심리학적 통찰의 심오한 종합. 이 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 《시카고 선 타임스》

 

“이 책을 읽으면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하여 새로운 합을 빚는 과정에 내재한 기쁨을 알게 된다. 《죽음의 부정》은 걸작이다. 20세기, 아니 모든 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다.”

― 《앨버커키 저널 북 리뷰》

 

“정신철학 천재들의 사상을 부활시키고 소생시키는 인간학의 탁월하고도 열정적인 종합. 

《죽음의 부정》은 이 사상들을 명료하고도 아름답고 간결하게 조합하여 인간의 의미 있고 합리적인 생존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유기적 이론 체계를 구축한다.”

― 《미니애폴리스 트리뷴》

 

“의미 있는 ‘인간 과학’을 창조하려는 베커의 시도는 정점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승리를 거뒀다. 사회학자와 이론가뿐 아니라 모든 유한한 존재들에게 말을 거는 감동적이고 필수적인 저작이다.”

― 《코먼윌》

 

“이 책은 매혹적이고 재기 넘친다. 

죽음에 대한 견해를 연구한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창의적이며 용기 있는 책이다.”

― 《미네소타 데일리》

 

 

[책 속으로]

 

나는 프로이트와 그의 해석자와 계승자가 품은 사상과 현대 심리학의 정수라 할 만한 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으며,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고 자부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내 학자적 영혼의 평안을 위한 시도이자 지적 사면을 위한 청원이다. 이 책은 내가 쓴 최초의 성숙한 저작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22쪽 〈저자 서문〉

 

내가 이 책에서 이루고자 하는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심리학의 모든 논의를 (아직도 우뚝 선 산맥인) 키르케고르에 접목함으로써 프로이트 이후의 심리학을 개관하는 것이다. 이로써 나는 심리학적 관점과 신화종교적 관점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문 22쪽 〈저자 서문〉

 

삶을 뒷받침하는 경험, 자아감각을 따스하게 강화하는 경험, 진정으로 특별한 피조물 중의 피조물이라는 느낌을 북돋우는 경험을 어릴 적에 겪으면 일차적 자기애가 커진다. 그 결과로 어떤 사람들은 정신분석가 리언 J. 솔이 ‘내적 떠받침’이라고 적절히 일컬은 것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내적 떠받침은 경험을 직면했을 때의 신체적 자신감으로, 심각한 인생의 위기와 (심지어) 급격한 성격 변화를 더 쉽게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준다. -본문 62쪽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다’ 〉

 

삶은 인간을 착취하고, 그의 에너지를 뽑아내고, 그를 가라앉게 하고, 그의 자제력을 빼앗고, 수많은 새로운 경험을 그가 부풀어 터질 만큼 빨리 공급할 수 있다. 그를 남들 가운데에서 돋보이게 하고, 위험한 땅에 들어가게 하고, 대단한 힘으로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책임을 지우고, 새로운 우연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실수, 사고, 우연한 질병, 그리고 최후의 착취이자 총체적 짓눌림과 부정인 죽음의 위험이 있다. -본문 106~107쪽 〈필수적 거짓으로서의 인간 성격〉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안정감을 얻기 위해, 불안과 고독과 무력함을 덜기 위해 공생 관계를 맺지만, 이 관계가 오히려 우리를 옭아매고 우리를 더더욱 노예로 만든다. -본문 110쪽 〈필수적 거짓으로서의 인간 성격〉

 

조현병 환자의 불운은 여분의 불안, 여분의 죄책감, 여분의 무력감, 훨씬 예측하기 힘들고 방관적인 환경이라는 짐을 짊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몸에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으며 세상의 진짜 성질에 대한 거역과 부정을 이뤄낼 탄탄한 토대가 전혀 없다. 부모는 그를 유기체로서 형편없이 만들었다. 그는 경험에 의해 찢기지 않도록 여분의 기발하고 필사적인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거의 찢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격이 절망에 대한 방어 수단, 세상의 진짜 성질 때문에 미치는 것을 피하려는 시도라는 관점이 다시 한번 확증된다. -본문 120쪽 〈온전한 인간과 부분적 인간〉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속물근성’은 하찮음이었다. 그것은 사회의 일상적 틀에 안도감을 느끼고 거기서 만족감을 느끼는 인간이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일상적 틀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자동차, 쇼핑센터, 2 주간의 여름휴가 등이 있다. 인간은 사회가 제공하는 확고하고 제한된 대안을 통해 보호받으며, 고개를 들어 자신의 길 너머를 보지만 않으면 막연한 안도감을 느끼며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본문 137쪽 〈키르케고르의 성격학〉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영웅 체제는 영웅주의를 위한 길, 우리가 따르는 길, 우리가 남을 만족시키고 (남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을 빚는 길을 닦는다. 우리는 내면의 비밀을 다듬지 못하고 그것을 숨기고 잊어버리며 순전히 외적인 인간이 되어 우리가 우연히, 또는 가족 관계나 반사적 애국심이나 단순한 식욕과 생식 충동으로 인해 빠져들게 되는 표준화된 영웅 놀이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본문 150쪽 〈자유에 대한 또 다른 충동들〉

 

오랫동안 사람들은 바보짓을 하고는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들은 이런저런 것에 충성하고 너무 맹목적으로 믿고 너무 고분고분하게 복종했다. 자신을 파멸시킬 뻔한 저주에서 풀려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했음을 깨닫는다. 성숙한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매혹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본문 213쪽 〈인격이 부리는 주술-부자유의 핵심〉

 

인간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자신에 대한 고통스러운 불만족, 끊임없는 자기비판인 것은 왜일까? 그것은 이런 불만족이야말로 현실 상황에 내재한 절망적 한계의 감각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부흥사, 사디스트가 알고 있듯 사람들이 스스로의 기본적 무가치함에 대한 비난의 채찍질을 당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이것이 스스로에 대한 진정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본문 252쪽 〈존재론적 쌍둥이 동기〉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위엄과 완벽함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본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적 결점 때문에 우리 자신이 쪼그라든다고 느낀다. 세상 속 인간에게서 드러나는 필연적 비루함을 목격하면 우리의 내면이 공허하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지고 우리의 삶이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종종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그들을 깎아내리려 드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본문 270쪽 〈낭만적 해법〉 

 

정상적으로 활동하려면 인간은 처음부터 세상과 자신에 대해 심각한 속박을 이뤄내야 한다. 정상성의 본질은 현실 거부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신경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남들에 비해 거짓말을 더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들에게 너무 버거우며, 그들이 세상을 붙들고 원하는 크기로 잘라내려고 고안한 방법들이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본문 286쪽 〈신경증 유형〉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조현병에서도 우리는 영웅성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을 본다. 가진 자원이 거의 없는 처지에서, 삶과 죽음의 무서운 위험을 누구보다 뚜렷이 보지만 이에 맞설 내적 영광의 탄탄한 감정은 전혀 없는 처지에서 어떻게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본문 347쪽 〈조현병〉 

 

몸은 분명히 인간에게 장애물이다. 쇠퇴하는 몸은 내적 자유와 자아의 순수를 가로막는다. 이런 의미에서 삶의 기본 문제는 종(몸)이 개별성(내적 자아)에 우세할 것인가다. 이것으로 모든 건강염려증이 설명된다. -본문 355쪽 〈남녀추니 이미지〉 

 

인간이 처한 참으로 절망적인 상황을 일단 받아들이면 우리는 신경증이 정상일 뿐 아니라 정신증적 실패조차도 삶의 길을 비틀거리며 걷는 일상에 살짝 미는 힘이 더해진 것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본문 416쪽 〈남녀추니 이미지〉 

 

내 생각에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무엇을 하든 창조의, 기괴한 것의, 만물 아래에서 울리는 으스스한 웅성거림의 공포라는 체득된 진실 속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으면 거짓이다. 무엇을 성취하든 그것은 피조물의 주관적 에너지 속에서, 열정과 이상과 고통과 두려움과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한껏 발휘해 성취되어야 한다. 릴케가 그랬듯 우주의 의미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슬픔 속의 리듬이 아닐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본문 436쪽 〈과학과 종교의 융합〉 

 

삶은 지구상에서 진화를 통해 우리에게 부여되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확장을 향해 밀고 나간다. 우리가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창조의 목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이 우리 자신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삶이 서로를 집어삼키면서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을 볼 뿐이다. 삶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확장되려 한다. -본문 437쪽 〈과학과 종교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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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베커 저자

어니스트 베커

미국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파리에서 잠시 외교관 생활을 했다. 이후 모교로 돌아와 1960년에 서구 정신의학과 종교 특히 일본 선불교와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부터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강단에 서며 혁신적인 교수법으로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행정적 마찰과 학문적 견해 충돌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베커 교수의 재계약이 무산되자 수천 명의 학생이 그를 다시 강단에 세우라고 청원한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 《죽음의 부정The Denial of Death》은 1969년 캐나다로 이주해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마지막으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베커가 암 진단을 받고 49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5년에 걸쳐 집필한 책이다.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들을 망라한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1974년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개월 만의 일이었다. 《죽음의 부정》은 사후에 출판된 《The Escape from Evil》(1975)과 함께 그의 사상을 세상에 알린 결정적인 책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름을 딴 〈어니스트 베커 재단〉에서는 법률, 페미니즘, 기후 변화, 정신 건강, 청소년 교육 등 그의 이론에서 출발한 다양한 논의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어니스트 베커 재단 www.ernestbecker.org 

노승영 역자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당신의 머리 밖 세상》 《헤겔》 《마르크스》 《자본가의 탄생》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바나나 제국의 몰락》 《트랜스휴머니즘》 《그림자 노동》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새의 감각》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홈페이지(www.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의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서문 ㅣ 저자 서문

1장. 머리말: 인간 본성과 영웅적인 것 

 

1부 영웅주의의 심층심리

2장. 죽음의 공포 

3장. 정신분석학 기초 개념의 재정립 

4장. 필수적 거짓으로서의 인간 성격 

5장. 정신분석가 키르케고르 

6장. 프로이트의 성격 문제를 재조명하다 

 

2부 영웅주의의 실패

7장. 인격이 부리는 주술—부자유의 핵심 

8장. 오토 랑크—키르케고르 정신분석의 완결 

9장. 정신분석의 현재 성과 

10장. 정신질환의 원인 

 

3부 회고와 결론: 영웅주의의 딜레마

11장. 정신분석과 종교: 영웅적 개인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공포는 인류의 역사에 얼마큼 큰 영향을 끼쳤을까?”

정신분석학을 통해 전개한 인간 본성에 관한 가장 심층적인 탐구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근원적 공포, 죽음.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의 의미'라는 가치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자의식에 불과하다. 우리의 인생은 길어봤자 120년을 넘기지 못하며, 세상은 우리 없이도 잘 돌아갈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대부분의 가치가 죽음을 부정하려는 기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도 그것이 죽음을 향한 고찰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존슨 박사가 말하길 죽음을 앞두면 마음이 놀랍도록 집중된다고 한다. 이 책의 주된 논지는 그건 약과라는 것이다. 죽음의 관념, 죽음의 공포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무엇보다 사납게 뒤쫓는다. 죽음은 인간 활동의 주된 원동력이다. 이 활동의 목표는 대체로 죽음이라는 숙명을 피하고 (죽음이 인간의 최종 목적지임을 부정함으로써)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본문 19쪽 〈저자 서문〉 중에서

 

이 책은 크게 3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영웅주의를, 1부(2장~6장)에서는 죽음의 공포를 분석한 정신분석학의 성과를, 2부(7~10장)에서는 신경증과 정신증 등 영웅주의의 실패가 야기한 정신분석학의 현재를, 3부(11장)에서는 영웅주의의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특질을 이야기한다. 책의 얼개만 살펴보아도 베커는 인간의 본성 중에서 영웅주의heroism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웅주의는 어려움이나 한계에 부딪힐 때 그것을 돌파하려는 인간의 존재론적, 영웅적 자질을 의미하는데 이 책에서는 죽음의 공포에 대항하기 위해 발현하는 영웅주의야말로 인간의 삶에 있어 핵심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영웅주의와 관련해 우리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그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무엇이 인간적 영웅성에 특유의 성격과 원동력을 부여하는지 밝히는 것이다. 여기서 현대사상의 위대한 재발견 중 하나를 직접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인간을 움직이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죽음의 공포라는 사실이다. 다윈 이후로 진화적 문제로서의 죽음의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으며 많은 사상가들은 이것이 인간에게 주요한 심리적 문제임을 즉시 간파했다. -본문 45쪽 〈죽음의 공포〉 중에서
 

 이 방대한 저작의 성과와 베커의 철학은 미국의 철학자 샘 킨이 쓴 서문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서문은 샘 킨이 말기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베커의 병실을 찾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샘 킨은 베커의 철학을 네 가닥의 끈으로 엮은 매듭에 빗대어 설명했는데,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본문 12~15쪽 〈샘 킨의 서문〉 정리

 

첫 번째 가닥: 세상은 끔찍하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자연에 대한 베커의 해석은 월트 디즈니와 공통점이 거의 없다. 어머니 자연은 이빨과 발톱을 피로 물들인 채 자신의 피조물을 찢어발기는 잔혹한 암캐다. 베커 말마따나 우리가 살아가는 창조 세계에서 유기체의 일상적 활동은 “온갖 종류의 이빨로 물어뜯고, 식물의 줄기와 동물의 살과 뼈를 어금니로 짓이기고, 기뻐하며 육질을 게걸스럽게 식도로 내려보내고, 먹이의 정수를 자신의 체제에 통합하고, 그러고 나서 악취와 가스를 내뿜으며 잔여물을 배설하”는 것이다. 

 

두 번째 가닥: 인간 행동의 기본적 동기는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고 죽음의 공포를 부정하려는 생물학적 욕구다. 인간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죽을 운명인 세상에서 무력하고 버려진 신세이기 때문이다. “무에서 생겨나 이름, 자의식, 깊은 내적 감정, 삶과 자기표현에 대한 고통스러운 내적 열망. 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죽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공포의 근원이다.” 베커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 두려움과 공포와 존재론적 불안을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일깨운다. 

 

세 번째 가닥: 죽음의 공포가 어찌나 압도적인지 우리는 이 공포를 무의식에 묻어두려 한다. ‘성격의 필수적 거짓’은 무력함의 고통스러운 자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모든 아이는 성인에게서 힘을 빌리며, 신과 같은 존재의 특징을 내면화함으로써 성격을 창조한다. 우리가 전능한 존재라면 우리는 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방어선은 영웅 체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영속적 가치가 있는 일에 동참해 죽음을 초월한다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제국을 정복하고 신전을 건설하고 책을 쓰고 가족을 이루고 부를 쌓고 발전과 번영에 이바지하고 정보사회와 전 세계적 자유시장을 창조하는 일에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가짜 불멸을 얻는다. 인간의 삶에서 주된 임무는 영웅이 되어 죽음을 초월하는 것이기에 모든 문화는 은밀한 종교성이 깃든 교묘한 상징체계를 구성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문화 간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본질적으로 불멸 기획 사이의 전투, 즉 성전聖戰임을 뜻한다. 

 

네 번째 가닥: 악을 섬멸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우리의 영웅 기획은 더 많은 악을 세상에 불러들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인간의 갈등은 나의 신과 너의 신이 대적하고 나의 불멸 기획과 너의 불멸 기획이 대적하는 생사의 투쟁이다. 인간에게서 비롯한 악의 뿌리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이나 영역을 지키려는 공격성 또는 타고난 이기심이 아니라 자존감을 느끼고 필멸성을 부정하고 영웅적 자아상을 얻으려는 욕구다. 최고를 향한 욕망이야말로 최악을 낳는 원인이다. 

 

샘 킨은 이 책을 사회심리학 분야의 항구적 기여로 평가했다. 그는 베커 덕에 기업과 국가를 움직이는 무의식적 동기가 겉으로 포장된 목표와 거의 무관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분석한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비즈니스 세계나 국가 간의 전쟁에서 타인을 배제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행위는 경제적 필요나 정치적 현실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영속적 가치가 있는 것을 얻었다는 확신을 갈구하는 인간의 심리와 더 깊은 관계가 있다. 

 

어쩌면 베커는 샘 킨의 말처럼 ‘악의 학문’을 창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류가 어떻게 전쟁, 인종 청소, 집단살해 같은 불필요한 악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유사 이래 인류가 열등감과 자기혐오, 죄책감, 적대감 등에 대처한 방법은 이를 적에게 투사하는 것이었다. 베커는 전쟁이 세상을 정화하는 사회적 제의이며 그 제의에서 적은 더럽고 위험한 무신론자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전쟁에서는 피를 많이 흘릴수록 좋다. 사상자가 많을수록 거룩한 대의와 운명, 신의 계획을 위한 희생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카우사 수이causa sui(자기원인: 스스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 개념을 비롯해 키르케고르의 정신분석학, 프로이트의 심리학, 그리고 베커가 가장 사랑하는 현대 심리학의 선구자 오토 랑크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철학과 심리학을 망라한다. 그는 자신의 저작을 위해 이미 전개된 정신분석학의 학문적 성과에 큰 빚을 졌음을 여러 번 밝혔다. 하지만 이 책 《죽음의 부정》을 바탕으로 전개된 후학의 도서와 연구 또한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필멸하는 존재, 인간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를 추한 몰골로 살게 하는 것은 위장된 공포이지 자연적인 동물적 본성이 아니다. 

이 말은 악 자체를 비판적 분석에, 또한 생각건대 이성의 지배에 회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문 18쪽 〈서문〉 중에서

 

 베커의 말처럼 ‘추한 몰골’로 살지 않고, 죽음의 공포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베커는 개인의 무의식 안에 잠재한 ‘전쟁의 도덕적 등가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학에 따르면 사회는 언제나 수동적 신민, 강력한 지도자, (우리가 죄책감과 자기증오를 투사하는) 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증오’의 대상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증오의 대상을 인간 희생양이 아닌 빈곤, 질병, 억압, 자연재해 같은 비인격체로 돌리자는 것이다. 베커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 공포인 죽음의 의미를 ‘나’ 이상의 화제로 전개하며 “증오는 불가피하지만, 지성과 지식을 접목해 파괴적 에너지를 창조적 행위로 돌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뚜렷하게 구분되는 동시에 죽으면 어쩔 수 없이 썩어 자연으로 사라져버린다는 이원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것이 베커가 말하는 인간의 무시무시한 딜레마다. 결국 인간은 이러한 이원적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누군가 이 책이 ‘인간이 가진 한계(=죽음, 필멸성)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획을 가지고 있냐 묻는다면, 종교나 과학과 같은 학문적 성취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베커의 결론이다. 다만 그는 소크라테스처럼 우리에게 죽음을 연습할 것을 당부한다. 죽음에 대한 자각을 기르면 미망에서 깨어나 의식적으로 공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커는 자신이 공포와 딜레마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고, 자신의 무능력과 연약함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인간과 실존적 영웅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한다. 영웅적 개인은 죽음을 자발적으로 의식하며 살아감으로써 절망을 선택할 수도 있고 우주적인 도약을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죽음의 공포에 관한 정직한 인식, 자아를 넘어 근원적 타자를 향한 인간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그린다.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을 철회하지 않고 삶을 고민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죽음의 부정》은 ‘인간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관한 가장 눈부시고도 열정적인 대답이다.

죽음학을 연구해온 저로서 죽음학 분야의 고전이라는 광고문구에 끌려 책을 구입했습니다.

인간 실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고는 하나,

실제적으로는, 정신분석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분야가 워낙 많이 거론되고 있고,

죽음 공포관리이론의 출발점이 된 책이라고 소개는 되어 있지만,

죽음의 공포에 관한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죽음학의 고전이라고 해서 열심히 읽어는 보았지만, 대체적으로 어렵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죽음학 아카데미에서 쓸수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일반 사람들이 읽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는 책이라는 느낌도 받습니다.

 

어려운 책일수록 번역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좀더 쉬운 말로 한번 더 손을 봐서 2판을 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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