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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편집자 Choice

어쩌자고 나는 ‘오빠’를 찾았나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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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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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영

13,328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한빛비즈

편집자는 의외로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이 아니다. 여성이 일상적으로 받고 있었던 억압이 마침내 압력솥을 삐져나와 이제 겨우 추가 달그락거리는 지금이 올 줄 몰랐던 5년 전, 나는 이 책의 최초 기획안을 썼다. 그사이 많은 게 바뀌었다. 이제 겨우 응축된 증기가 작은 구멍을 비집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지겹다 말하는 이들을 보며 그 소리를 지겨울 만큼 일상에서 자주 듣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인가 싶다. 하지만 ‘오빠’라는 단어로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흉포함을 감당하고서라도 최초의 제목을 버리지 못할 만큼 ‘오빠’들의 맞춤법 실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불행한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왜 하필 남자, 그것도 오빠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것은 여성인 내 개인적 관점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신기하게도 내가 아는 한 ‘오빠’라는 호칭에 집착하는 남자일수록 맞춤법이 취약했다. 또 신기한 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여자가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 정도?) 가장 핵심적인 대상 독자를 가장 포괄적인 단어로 호출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이메일, 기획서, 각종 공문에서부터 자신의 생각과 성향을 드러내는 SNS, 카카오톡 같은 짧은 글을 쓸 때조차 몇 번을 망설이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이는 비단 ‘오빠’들 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부장님께는 ‘결제’를 올려야 하나, 결재를 올려야 하나? 어제 술을 죽도록 퍼마셨다는 친구의 카톡에 술 좀 작작 ‘쳐먹으라고’ 써야 하나, 처먹으라고 써야 하나? 페이스북에 나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써’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고민 많은 시절, 뭐 하나라도 즐겁고 가볍게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한 언론에서 “맞춤법을 위한 변태적인 책이다. 읽다보면 아슬아슬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림도 변태적으로 이쁘다.”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이런 맞춤법 책 흔치 않다. 부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이들 즐겨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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