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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Choice

지금 이대로 좋은 엄마

한빛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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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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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연

7,628

엄마의 말하기 연습

한빛라이프

우리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중 죽는 순간까지 결코 내려놓거나 포기할 수 없는 게 ‘엄마 역할’일 것입니다. 결혼 후 계획을 세워 아이를 낳은 사람도, 결혼하고 나니 자연스레 아이가 생긴 사람도, 설레고 두려운 마음으로 엄마 역할을 시작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아갑니다.

조그만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며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지요. 출산으로 무너진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있던가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당황스럽고 두려운 상황도 많고, 아이를 대하는 자신을 보며 엄마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외국으로 나가 아이도 저도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때였습니다. 아이는 첫 등교 이후 학교에 데려다주겠다는 저를 한사코 거부하며 혼자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가 흐른 어느 날 점심시간에 그 씩씩했던 아이가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엄마, 한국말로 된 책 좀 갖고 와줘요. 아무도 나랑 놀지 않아요.” 저는 아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 채 몇 주를 보냈고, 그 모습을 엄마인 저에게 보이기 싫어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책을 가지고 서둘러 학교로 달려가니 아들이 저 멀리 운동장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엄마로서 유지해야 할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고 선생님을 찾아가 왜 아이를 저렇게 혼자 두었냐고 큰소리로 따져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문화 차이이니 조금만 더 두고 보자 했지만, 아들의 움츠러든 어깨와 슬픈 눈을 본 터라 그 말이 제게 와닿지 않았지요. 그러나 당장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들에게 가기 전 잠시 화장실에 들러 눈물을 닦고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저는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 꼭 안아준 다음 책을 주고 돌아왔습니다.

그날 오후 집에 돌아온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린 아들은 제게 안겨 울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후 아들은 집에 오면 그렇게 싫어하던 책을 몇 시간씩 읽으며 외로운 시간을 견디더군요. 친구들과 지내기 힘든 이유에 대해 아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렇게 3개월쯤 지나자 아들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종종 합리적 사고를 벗어나 감정적인 파도에 휩싸였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싫다는 말을 몇 번 하면 목소리가 격앙되기 일쑤였지요. 잠든 아이를 보면 후회가 밀려와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많았고요. 제가 만난 엄마들도 저와 같았습니다. 한 전업주부는 자신의 감정을 다 쏟아내는 대상이 아이여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고백했고, 어떤 워킹맘은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 마음이 아픈데도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잠든 아이를 보면 미안해서 울다 잠이 들곤 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제 그런 죄책감은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엄마라서 가능한 중요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주는 기쁨과 기여하는 가치를 배우고, 아이의 웃음을 통해 행복을 느끼죠. 엄마가 되기 전, 우리가 타인 때문에 진실로 괴로워하고 마음 다해 아파했던 적이 있나요? 그런 우리가 아이가 아프면 자신이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며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때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후회하지만, 조금의 가식도 없이 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죠.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엄마의 자격 같은 건 없습니다. 지금 아이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고, 아이가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최고의 엄마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맘스라디오에서 방송한 내용 중 엄마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이와 좀 더 현명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엮었습니다. 많은 사례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이 순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의 시간 속에 머물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지금 이대로 좋은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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