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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편집자 Choice

어쨌든 해피엔딩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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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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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영

8,040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

한빛비즈

나의 퇴근길이 세 권의 책이 되기까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모든 기획회의가 그렇듯 각자의 앞에 놓인 빈 수첩처럼 그 자리에 모인 언론사, 출판사, 외부 기획자의 머릿속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작년 늦은 가을의 일이다.

 

기획은 ‘퇴근길 인문학’이라는 표현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퇴근길, 어찌 됐건 해피한 하루의 엔딩이다. 게다가 바쁜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읽는 책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국내 최초의 종합경제지 〈서울경제신문〉의 부설 연구기관인 백상경제연구원이 지난 8년간 소리소문없이 8만 명의 수강생을 모은 강연의 이름이 바로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과 ‘퇴근길 인문학’이었다. ‘검증된 콘텐츠를 엮는데 어려울 게 뭐 있나.’ 모든 출간과정이 그렇듯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여름, 나는 퇴근길을 잃었다. (할많하않..)

 

이 책은 애초에 방대한 분량을 어떻게 분절ㆍ해체하고, 다시 묶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강연을 직접 듣지 못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가장 배우고 싶고, 놓쳐서 아쉬운 것들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마음처럼 몸이 따르지 않고, 엉덩이가 무거운 이들을 위해 학창시절 시간표처럼 매일매일의 스케줄을 제시했다. 여기에 다년간 강연 사업을 진행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 별처럼 훌륭한 집필진들을 모셔왔다. 백상이 수확한 글 보따리를 척척 내려놓으면 우리 편집부는 보따리를 풀어헤쳐 티를 고르고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았다. 편집 일에 난이도가 있다면 최상급은 아녔다. 다만 200자 원고지 6천 매에 달하는 원고 보따리가 산을 이뤘을 뿐이다. 

 

“매일매일, 30분씩 따라가면서 다시 배움의 기쁨을 찾았어요!”

“흩어져 있는 주제들이 머릿속에서 교차할 때 희열을 느껴요!” 

 

(어쩌다 보니 출간 일주일 만에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가 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멈춤〉 편을 읽은 독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쁜 호흡으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무얼 더 배우라고 말하기가 미안했다. 조사해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도권 직장인이 퇴근에 소요하는 시간이 평균 54분 정도였다. 걷고, 갈아타는 이동 시간을 제외한 가장 현실적인 단위를 30분으로 잡고 틀을 짰다.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다소 무겁고 두꺼운 책인데도 우리의 고민을 찰떡같이 알아봐 준 것만 같아 기쁘다. 

 

비록 현실은 두 번째 책 〈전환〉 편의 보도자료 작성과, 대망의 세 번째 책 〈전진〉 편의 마감을 앞두고 있지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라는 꿈같은 카피를 썼다 지웠다 하며 내적 댄스를 춘다. 불지옥 같은 여름이 끝난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던 이 시리즈도 어느덧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여름도, 이 마감도 버텨낸 우리다. 이제 각자에게 해피엔딩처럼 다가올 퇴근길을 즐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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