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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

갈 곳이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

  • 저자 : 미나시타 기류
  • 번역 : 이서연
  • 출간 : 2016-06-17
  • 페이지 : 244 쪽
  • ISBN : 9791157841219
  • 물류코드 :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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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사회가 ‘삼식이’와 ‘남편살이’를 만든다

영식님, 일식군, 이식이, 삼식이... 

누구를 부르는 말일까? 은퇴 후 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 3끼의 식사를 하는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세 끼를 모두 차려야 하는 스트레스를 표현한 말이지만, 남편과 오래 있는 시간이 여성에게 정신적 영향을 끼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실제로 은퇴한 남편을 둔 아내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70%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퇴직 후 부부 사이에 갈등이 심해져 ‘시집살이보다 힘든 남편살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 가로 누운 시공간의 틈  

이렇듯 은퇴 후 부부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부 사이는 왜 시간이 지나면서 어색하게 되는 걸까? 

교외에서 사는 남녀의 일상적 이동시간을 비교하면 남성은 여성의 세 배 가까운 이동시간을 통근에 사용한다. 평일에 남편과 아내는 생활공간도, 공유하는 공간도 완전히 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시공간의 차이는 남녀의 생활관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남편과 아내가 한 자리에 누워 있어도 그 사이에는 어둡고 깊은 시공간의 틈이 있고, 이 틈은 수많은 남편과 아내가 비록 '평생'을 함께 해도 '생활'을 함께 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외로운 남자

그렇다면 남성은 왜 은퇴 후에 외로워지는 걸까? 그것은 사회가 남성에게 직장 제일주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을 삶에서 일 이외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만들고, 일 이외의 인간관계도 극도로 얕게 만든다. 교외의 주택지가 가정을 지키는 주부(여성)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한다면, 도심부는 일하는 피고용자(남성)의 시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남자는 은퇴하면 아무런 네트워크도 없는 주택지 공간에 남겨지게 된다. 행복도로 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낮고, 고독사나 자살자수도 여자의 두 배다. 

그래서 남자가 퇴직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낯선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부인이 전업주부였다면 살던 동네에서 인맥이 두텁기 때문에 퇴직한 남편과 놀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년 남성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나 가족간 관계, 사적인 인간관계로 별로 없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이것을 ‘남성의 관계빈곤’이라고 부른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여자 

전업주부라고 하면 남편과 아이들을 배웅한 뒤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이 연상되는가? 하지만 그런 한가한 주부는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실제 여성은 집안일, 육아가 포함된 총 노동시간이 남성보다 길고, 수면시간은 짧다. 그러니까 여성은 시간이 없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에게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계속해서 가사도, 일도, 육아도 완벽하게 하는 완벽한 여성상을 요구한다. 

육아와 일, 가사에 치여 사는 여성의 모습은 미혼여성도, 딩크족 여성도 결혼이나 출산에 섣불리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미혼 여성은 결혼과 출산은 젊을 때 해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인 제한에 쫓긴다. 결혼, 출산, 육아의 타이밍과 커리어의 양립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고, 결국 인생의 자유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여성의 시간빈곤’이라 부른다. 

 

남녀가 모두 행복한 사회를 위해 

고령화에 따라 늘어가는 고독사, 지역과 가정에서의 고립, 황혼이혼, 50대 이상 미혼자의 증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적 불임’....

남성의 관계빈곤과 여성의 시간빈곤은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부른다. 

우리는 왜 이토록 평범한 행복도 누리기가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남녀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주로 직장인 가정이 안게 되는 두 가지 문제를 검토한다. 남성,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가 부족하고 갈 곳이 없으므로 쉽게 고립된다. 한편, 여성은 압도적으로 시간이 없다. 더구나 남성과 여성이 서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비극적이다. 

최근 일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학자 미나시타 기류가 현대 남녀가 처한 가장 큰 문제를 “남자는 갈 곳이 없고, 여자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하며, 남녀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안한다.

 

저자

미나시타 기류

水無田 気流

사회학자이자 시인이다. 1970년 일본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시에서 출생하였다. 와세다대 대학원 사회과학 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시집 《음속평화》로 나카하라 주야 상을, 《Z경》으로 반스이 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인파 너머의 황야-디플레이션 세대의 우울과 희망》,《 헤이세이 행복론 노트》 등이 있다.

역자

이서연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바른번역에서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 《갤럭시S의 경쟁자는 코카콜라다》, 《사회적 우울증》, 《왜 유니클로만 팔리는가》, 《일이 즐거워지는 3가지 이야기》,《 일하는 여자 38세》,《 0.1% 진짜 부자들의 습관》 등이 있다.

 

머리말_샐러리맨 가정에 일어나는 시공간의 뒤틀림

 

제1부 갈 곳이 없는 남자

 

제1장 남녀의 시공간 분리가 초래한 비극

남편은 돈 잘 벌고 집에 안 들어올수록 좋다?

은퇴 남편 증후군

소비시장의 남성혐오

시공간이 분리된 남자와 여자

패권적 남성성이 도리어 남자를 괴롭힌다

아내에게 의존하는 남성상은 전후의 발명품

가족의 애정을 검증하다

 

제2장 강한 척하는 남자의 문제

애정 비즈니스에 약한 남성

동성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남성

여자가 없는 남자는 쉽게 죽는다

가족 중심주의의 한계 

산업의 변화와 커뮤니티의 해체 

이웃과도 왕래가 드문 고령의 독거 남성

가정 문제의 심각성은 남성이 더 크다

고독사의 위험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피고용자 자살은 80%가 남성

남성 자살자가 많은 이유

남녀 간 평균 수명의 차

 

제3장 남자의 관계 빈곤

샐러리맨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샐러리맨의 노동관과 가족관

샐러리맨 소설과 동떨어진 시대

가정에서도 고독한 남성

남자의 인생에는 선택지가 부족하다

남성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이유

갈 곳이 없는 남자의 대표

마이너리티로 보이지 않는 마이너리티

아이들을 향한 불평에 숨겨진 사정

갈 곳이 없는 남자의 문제

 

제2부 시간이 없는 여자

 

제4장 여성의 시간은 가족의 공유자산

어머니의 시간을 파헤치다

육아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어머니

어머니의 애정은 사회의 만병통치약인가

원더우먼을 원하는 사회

가족을 위해 시간을 바칠 것을 강요받는 여성

 

제5장 여자의 시간 빈곤

한가한 주부는 환상 속에서나 존재한다

가사를 돌보지 않는 남편 

일로 인식되지 않는 집안일 

워킹맘은 너무 고되다

 

제6장 출산 시한에 쫓기는 여성

신기한 나라에서 추진하는 여성 활약

여자의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한 험난한 과정

여성 초인화 계획

사회적 불임을 해결해야 한다

 

제3부 남녀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제7장 포용력이 부족한 사회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는 언제 뿌리내릴까

유모차 논쟁

유모차 논쟁을 보는 분석적 시각

이념과 감정의 불협화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제8장 통합적인 생활인을 꿈꾸다

일과 삶의 불균형

‘이대로 변하지 않는 사회’ 시나리오

당연한 선택의 함정

어느 순간에도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로

일과 삶의 균형을 고려하다

왜 유급휴가를 쓰지 못하는가

네덜란드의 기적 

합의 형성이 쉬워진 배경

위기를 가시화하는 문화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개인 단위로

맺음말을 대신해서

 

후기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은 시간이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미혼 여성과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 여성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꺼린다. 게다가 출산의 제한 시간이 있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의 타이밍과 커리어의 양립을 고려해야 하므로 인생의 자유 시간 자체가 부족해진다. 이 현상을 나는 여성의 ‘시간 빈곤’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남성은 여성보다 행복할까? 남성은 행복지수가 여성보다 낮고 고독사나 자살자도 여성의 두 배에 이른다. 가장 큰 원인은 남성의 고립이다. 남성은 직장동료 이외의 인간관계가 극도로 부족하다. 집에 돌아가기가 왠지 꺼려지는 귀가 공포증이나 퇴직 후 아내에게만 붙어 있다가 미움을 받는 ‘젖은 낙엽족’의 등장은 중, 노년 남성이 갈 곳이 없다는 증거가 된다. 나는 남성의 고립 문제가 가족이나 이웃 등 사적인 인간관계가 부족한 것이 특징이라고 보고 ‘관계 빈곤’이라고 부른다. 

- 머리말, 12쪽

 

 

갑자기 여자 하나가 이런 말을 꺼냈다.

“그 집 남편, 퇴직하고 얼마 안 돼서 죽었대!”

다른 여자 둘이 “어머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졸음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당연히 “안됐네!”라는 말이 나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다음에 들려온 말은 기다리던 말이 아니었다.

“어머, 부럽다!”

“진짜 부럽네! 그게 내 꿈이라니까.”

“맞아! 이상적인 일이지.”

졸음이 싹 달아나고 말았다.

그 여자들의 긴 수다를 요약하면 이랬다. 남편이 죽으면 퇴직금을 받는데다 현직에 있을 때 들어놓은 생명보험도 받는다. 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한 여자의 남편은 최근 한직으로 밀려 귀가시간이 빨라졌다.

따라서 아내는 덩달아 일찌감치 귀가해서 저녁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참으로 성가시다.

남편은 휴일에도 밖에 나가지를 않는다.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참을 수 없이 걸리적거린다. 이따금 친구가 집에 들러도 바깥양반이 있으니 조심하느라 마음껏 수다를 떨지 못한다. 게다가 친구가 돌아간 후에는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는 둥 흉을 본다. 진저리가 날 정도로 싫다. 존재 자체가 거추장스럽다. 집에 있는 것만으로 지긋지긋하다. 

- 1장 남녀의 시공간 분리가 초래한 비극, 16쪽 

 

 

일과 육아의 양립은 어렵다. 요즘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육아에 애정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그 애정도 만성적 수면부족 앞에서는 무력하다.

필자의 경우, 아이가 온종일 엄마를 찾을 때 오히려 일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육아에는 끝이 없지만 일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육아나 간병과 같은 돌봄노동의 가장 큰 고통은 일상과 맞닿아 있으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아는 끝이 없어서 한없이 시간을 빨아들인다. 게다가 더없는 애정을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라는 낙인이 찍힌다. 여러 조사결과에서도 어머니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뿌리 깊은 압박이 있다. 

- 2장 여성의 시간은 가족의 시간자산, 124쪽 

 

 

‘어머니는 바빠지기만 한다(More Work for Mothe)r’라는 표제의 저작에서 코완은 “19세기가 끝나가면서 공업화가 남자와 아이들이 분담하던 가사노동을 없앴다. 하지만 여자의 가사노동은 그대로였고 심지어 많아지기도 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두가 공장에서 만들어지게 되자 남자는 가죽을 다듬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릇과 솥이 제품으로 팔리게 되자 남자는 세공을 배울 필요가 없어졌다. 고기 통조림 가공과 냉동 수송이 발달하자 남자는 가축을 기를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는 19세기 말에 수도 배관이 보급되어, 아이들이 매일 양동이로 물을 길어오는 중노동에서 해방되었다.

코완은 “‘집에서 남자의 일로 간주되어온 노동(본래는 이것이 남자의 직업이었다.)의 대부분이 19세기에 기술, 경제의 혁신으로 소멸되고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할당된 일도 사라졌지만 여자의 일(직업)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기계로 생산된 천으로 인해 실을 뽑을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바느질은 여전히 여자가 계속해야 했다. 게다가 천 제품의 출현은 많은 옷을 소유하려는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기성복이 아직 없었으므로 바느질감의 양이 증가했고 덩달아 빨랫감도 증가했다. 빨래는 바느질과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여자가 하는 일이었다.”라고 덧붙인다.

- 2장 여성의 시간은 가족의 시간자산, 132쪽 

 

 

1부에서 소개한 이바라기 노리코 《인명시집》에는 이런 시도 있다. 아이도 없이 항상 둘만 다니는 재봉사 노부부를 노래한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기운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어쩌다 기운을 내도

자멸하라 타멸하라 을러대는 자가 있다

(〈다이코쿠야 양복점〉의 일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상에 산재하는 이 앙금은 이바라기처럼 고해상도의 시야와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는 싫어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보이는 적과는 싸우기 쉽지만 너무 거대해서 보이지 않는 적과는 싸울 마음조차 들지 않는 법이다.

현재 이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똑바로 바라보고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성별에 따라 크게 치우친 시공간의 뒤틀림을 바로잡는 일이다. 최근 장려되는 일과 삶의 균형도, 다양성 존중도 이 뒤틀림을 바로잡는 일을 주안점으로 하고 있다.

시공간의 뒤틀림을 바로잡기 위해 오늘날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남녀를 불문한 고용환경과 사회보장의 종합적인 개선이다.

- 8장 통합적인 생활인을 꿈꾸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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